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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22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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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연구자는 미국의 생물학적에너지대안연구소(IBEA)에서 생명체 제조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벤터 박사는 “화석연료의 소비가 급증하고 지구에 심각한 환경 재앙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을 타개할 대안을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만들려고 하는 것은 단세포 박테리아이다. 이 인조 박테리아로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해 전기를 만들거나 연료전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 또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는 박테리아도 만든다는 것이다.

인조 박테리아의 주형이 될 모델은 마이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 사람의 생식기나 폐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 박테리아는 생명체 가운데 유전자의 숫자가 가장 적다. 유전자의 숫자는 517개. 하지만 이 중에서 265∼350개의 유전자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유전자이다.
인조 박테리아 제조의 첫 단계는 300개의 유전자를 가진 인공 염색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어 마이코플라스마에서 유전물질을 제거하고 인조 염색체로 대체하게 된다. 그러면 이 세포는 분열하며 자기 복제를 하는 최초의 생명체가 된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 김선창 교수팀이 10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잡지에 인조박테리아의 유전자 숫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해밀턴 스미스 박사와 만나 이 기술을 이전해주기로 합의했다. 김 교수는 수소를 생산하려는 미국 연구팀과는 달리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인조박테리아의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내 최초로 DNA를 합성하는 데 성공한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는 “앞으로 5년 내에 인조박테리아가 등장할 것”이라며 “내년 초에 바이오니아가 미생물의 유전체 전체를 하루에 합성할 수 있는 대규모 유전체 합성공장을 완공할 예정이어서 벤터 박사팀에게 사업 참여를 제안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컴퓨터로 아무리 잘 설계한 인조박테리아라 하더라도 수억 년 동안 자연에 적응하면서 진화해온 박테리아보다 훨씬 나약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박테리아 합성 기술과 함께 ‘시험관 내 진화기술’이 필수적이다.
박한오 대표는 “자연에서 100만년 동안 진화한 미생물을 시험 관 내 진화 기술을 이용하면 한 달만에 진화시킬 수 있다”며 “그렇게 하면 기본 생명 유지 기능만 갖춘 나약한 인조박테리아를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시킬 수 있어 21세기 생명공학의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생물은 갖가지 물질을 만들어내는 화학공장이다. 따라서 원하는 화학물질을 만드는 미생물을 만들 경우 그 이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또한 21세기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나노머신’도 바로 인조 박테리아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인조 생명체 창조의 안전과 윤리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이 미생물이 새로운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는 데 악용되거나 환경에 방출돼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벤터 박사팀은 유해한 유전자는 제외시켜 시험관에서 바깥으로 나갈 경우 즉시 죽도록 만들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