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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3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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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개 전문가들은 이것이 진도의 진돗개가 변형된 증거라고 말하는 반면 진도에서는 오히려 유전자가 다양해야 건강하고 우수한 진돗개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견종합병원 윤신근 박사와 동아대 연구팀은 육지에서 번식된 진돗개 19마리와 진도에 사는 진돗개 15마리의 DNA를 분석해 한국유전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유전자 지문으로 흔히 쓰는 '마이크로새털라이트' DNA를 비교한 결과 육지 진돗개는 유전적 다양성이 0.54인 반면 진도는 0.7로 훨씬 높았다. 이 수치가 0이면 개가 모두 같고 1이면 모두 다르다.
현재 진도에는 3만5000마리, 육지에는 10만 마리 이상의 진돗개가 있다. 순수한 혈통을 가진 진도의 진돗개가 숫자가 훨씬 많은 육지의 진돗개보다 유전적으로 다양한 것은 의외의 결과다.
윤 박사는 "지난 수십년 동안 좋은 개가 진도에서 대량으로 반출됐고, 육지의 진돗개는 선택적 교배를 통해 더욱 좋은 진돗개가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윤 박사는 "요즘 진도에서는 이상한 체형과 얼굴을 가진 진돗개가 늘면서 천연기념물이 심각하게 변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진돗개의 꼬리는 둥글게 감겨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나 요즘 진도에는 길게 뻗은 장대꼬리를 가진 진돗개가 많다. 또한 다리가 날씬하고 코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이상한 진돗개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애견심사위원협회 전창근 회장도 "육지의 외래견이 진도로 역류해 들어가 이상한 진돗개가 나오고 있다"며 "셰퍼드는 70대까지 혈통서가 있으나 진도에서는 혈통관리가 거의 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도군 진돗개시험연구소 김종석 연구원은 "진도에서는 진돗개를 자연상태에서 풀어서 길러왔기 때문에 다양할 수밖에 없다"며 "유전적 다양성이 낮으면 근친 교배의 부작용으로 질병에 약해진다"고 반박했다. 이 연구소 이계옹 수의사도 "일부 대량 사육 농가가 유행에 따라 장대꼬리를 가진 진돗개를 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반 농가에서 기르는 진돗개 숫자의 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진도군은 체계적인 계통 번식을 위해 전체 3만5000마리 개 가운데 6000마리의 공인된 진돗개에 전자칩을 이식하고 2000년부터 혈통서를 만들고 있다. 진도에서는 체형 심사를 통과한 생후 6개월 이내의 공인된 진돗개 3000여마리가 매년 육지에 공급되고 있으며, 심사에서 진돗개 표준 체형에 미달하는 1만4000마리는 육지에 싼값으로 내다 파는 등 도태시키고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