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의 메디컬&로]"장기 기증 16세미만은 안돼요"

  • 입력 2001년 4월 24일 18시 47분


황인수(45세)씨는 시골에서 상경해 갖은 고생 끝에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외아들이 무럭무럭 커가는 것을 삶의 기쁨으로 알고 지냈다.

황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쉬 피곤하고 얼굴이 부었지만 과로 탓으로 가볍게 여기다가 올 초 목에서 피를 토한 뒤 급히 병원을 찾았다. 12년 전 앓았던 만성 B형간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말기 간경변으로 진행됐고 이 때문에 식도정맥류가 생기고 복수까지 심하게 찬 것으로 판명됐다. 의사는 “간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언제 뇌사자가 생길지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우선 가족들의 조직을 검사하니 외아들 찬식의 조직이 일치하였다. 가족들은 “이제 아빠가 살았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생체간이식수술을 신청했다. 그러나 뜻밖에 병원에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16세 미만인 자로부터는 어떠한 경우에도 장기를 적출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이식수술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찬식은 키가 180㎝, 몸무게 65㎏이어서 외모상 어른이나 다름이 없었지만 아직 15세의 중3년생에 불과했다.

찬식이 16세가 되려면 아직 10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그 때 인수씨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찬식은 “고아로 살 수 없다. 내 간을 떼어 아빠를 살려달라”고 울면서 매달렸지만 허사였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 미성년자의 장기적출을 금지하고 있는 이유는 아직 의식이 미숙한 미성년자를 부추기거나 협박해 장기매매 등에 악용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찬식의 가족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생명복제술이 발달하여 인공장기가 ‘대량 생산’되는 날까지는 이러한 비극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02―592―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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