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의 메디칼&로]의료사고 '주먹'보다는 法으로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46분


엑시머레이저로 근시교정수술을 받은 김기철씨(33)가 의사에게 “밤에 빛을 보면 눈을 뜰 수 없고 사물이 늘어져 보인다”고 불평했다. 의사는 정밀검사를 시행한 뒤 “시력이 0.8로 전보다 좋아졌고 1년만 지나면 깎인 각막표면이 매끄러워지면서 잘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는 폭력배인듯한 사람들과 함께 한 달 이상 매일 안과병원에 찾아와 “나는 눈이 멀었다. 네 눈도 뽑아버리겠다”고 소리치면서 주먹으로 의사의 얼굴을 때리는 등 심한 행패를 부리고 돈까지 요구했다. 이 교수는 참다못해 환자를 고소, 형사처벌을 받게 했다.

유죄판결을 받은 이 환자는 얼마간 잠잠하다가 의사에게 다시 나타나 진료받던 환자를 끌어내고 “1년이 지나도 눈이 낫지 않으니 보상을 하라. 그렇지 않으면 가족까지 몰살하겠다”고 협박했다.

심지어 미리 가지고 온 칼로 목을 겨누기까지 했다. 의사가 “잘못이 없다”며 보상요구에 응하지 않자 환자는 병원 로비를 점거, 농성을 하며 진료방해를 계속했다.

협박에 지친 의사가 며칠 병원에 나오지 않자 집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웠다. 의사는 겁먹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자녀를 위해 이사를 하고 전학도 시켰다.

병원은 또다시 환자를 업무방해죄로 고소, 징역 1년을 선고받게 했다. 또 민사소송을 통해 진료방해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3000만원을 판결받았다. 법원은 의사에게도 정신적 위자료로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이 정한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가 났을 때 병원을 점거 농성하고 의사들에게 폭언 폭행이나 상해를 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며 이를 부추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환자는 법을 어겨도 좋고 의사가 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다.

신현호(의료전문변호사)www.med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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