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의 메디칼&로]환자 소외시키면 치료 효과도 줄어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0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사이클 도로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랜스 암스트롱. 그는 프로 사이클선수로서 세계대회를 석권하며 연간 수 백만불을 벌던 1996년 고환암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랜스는 고환이 부어오른 것을 느끼면서도 하루 6∼7시간씩 하는 경기에 따른 후유증 정도로 무시했다. 진단 때는 그는 이미 암세포가 폐와 뇌로 전이된 말기 상태였다.

미국에서 고환암을 가장 잘 치료한다는 휴스톤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는 “수술보다는 항암제 ‘블레오마이신’으로 화학치료를 하자. 다만 이 약은 간과 폐를 나쁘게 해 앞으로 선수생활을 못한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다.

랜스는 생명만이라고 구할 수 있다는데 너무 기뻐 화학치료에 동의했다. 치료를 막 시작하려는데 그의 팬 중 한 명이 “치료방법이 하나가 아니므로 여러 의사의 소견을 듣고 신중히 결정하라”고 충고했다.

랜스가 찾아간 암전문병원중 인디애나폴리스병원 의사는 “우선 외과수술을 하는 것이 낫다. 서로 협력해서 치료받으면 다시 선수생활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랜스는 치료 성과가 어떨지 몰라도 ‘치료는 환자와 의사가 협력해서 하는 것’이라는 인디애나폴리스병원의 의사를 믿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는 ‘의사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하고 환자는 지시대로 따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인디애나폴리스병원의 의사를 만나고 나서부터 의사는 치료를 도와주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결국 랜스는 의사와의 신뢰 속에서 스스로 암을 이기고 세계 무대에 다시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의료기술이 발달할수록 환자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치료받는지 모르는 소외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단순한 윤리적 비난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치료 주체인 환자의 소외 현상은 치료 효과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참 의료는 환자와 함께 하는 것이다.

신현호(의료전문변호사)www.med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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