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임신초기부터 동네 산부인과의원에서 진찰을 받으면서 출산일만 손꼽았다. 분만예정일이 3일 지나도 산기가 없었다. 초음파검사를 한 의사는 ‘태아상태가 정상’이라며 자궁수축제를 주사하고 양수막을 터뜨려 유도분만을 시작했다. 문제는 하늬의 머리가 골반에 걸려 더 이상 분만이 진행되지 않은 것.
태변(胎便)이 섞인 양수가 나오자 의사는 “20분만 더 기다려 보고 그때도 안나오면 수술을 하자”고 얘기했다. 2시간 뒤 태어난 하늬는 4분이 지나서야 첫 울음을 터뜨렸다. 분만이 늦어지면서 태변 섞인 양수가 기도를 막은 것이다. 응급처치를 받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산소부족으로 인해 뇌가 손상된 뒤였다.
태아가 클 경우 머리나 어깨가 골반을 빠져 나오지 못하면 진공흡인기를 쓰거나 제왕절개수술을 즉시 해야 한다. 분만을 멈추면 태아는 자궁수축 등으로 산모로부터 산소공급이 못받아 저산소증에 빠져 뇌손상을 입고 양수를 마시게 돼 기도가 막힌다.
김씨는 제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의사로부터 2억여원의 손해배상을 받았다. 그러나 평생 뇌성마비로 살아야 하는 하늬와 그런 하늬를 바라봐야 하는 가족에게 웃음꽃이 사라진지 오래다.
제왕절개수술율 43%로 세계 1위. 이중 80%는 의사가 권해 이뤄진다. 해야 할 수술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은 남용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보다 더 가슴아픈 것이 있다. 그건 김씨가 걱정하는 이 사회의 편견이다.
“하늬보다 1시간이라도 더 사는 게 소원이예요. 제가 먼저 죽는다면 우리 하늬는 누가 돌보겠어요?”
신현호(의료전문변호사)www.med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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