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질병이야기]노안…"돋보기 없으면 신문도 못봐요"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40분


G증권사 지점장인 박모씨(45)는 요즘 통 살 맛이 안난다. 저녁 잠자리에선 ‘남성’이 제기능을 하지 못해 고민인데 아침엔 눈이 말썽이다. 출근 전 화장실에서 신문을 펼치면 또박또박 들어오던 활자가 며칠 전부터 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왕후장상(王侯將相)도 막지 못한다는 노안이 찾아온 것이다.

▽노안이란?〓글자 그대로 ‘늙은(老) 눈’. 의학적으론 먼 물체를 잘 보지만 가까운 물체를 잘 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노화로 인해 거리에 따라 초점을 조절해주는 수정체의 굴절력이 떨어져 생긴다.

대개 흰 머리가 나는 40대 초 중반부터 찾아오지만 30대나 50대 초반에 시작될 수 있다. 가까운 곳에 초점이 맞춰지는 근시가 원시에 비해 노안이 늦게 온다. 특히 ―3디옵터 가량인 근시는 독서 거리인 30∼33㎝에 초점이 맞춰져 가까운 곳은 맨 눈으로 잘 보이므로 평생 돋보기 착용이 필요없는 ‘황금 근시’.

▽1∼2년마다 돋보기 교체〓독서할 때 불편을 많이 느끼는 40∼50대는 우선 원거리 시력을 측정하는 것이 좋다. 멀리서 벽에 걸린 달력 글씨가 잘 보이면 노안일 가능성이 크다. 노안일 때는 수정체의 부족한 굴절력을 보충해주는 돋보기를 쓴다.

알맞은 도수의 돋보기를 써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렌즈의 조절능력이 더 떨어지므로 1∼2년마다 시력을 측정, 돋보기의 도수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도수가 센 것을 끼면 눈이 쉽게 피로해져 머리까지 아플 수 있으므로 안과 전문의에게 진찰받은 것이 좋다.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노안 예방법. 특별히 눈에 대한 음식이나 약을 먹는 것보다 몸 건강을 챙기는 것이 노안 방지에 효과적이다. 특히 당뇨 등 성인병을 앓는 환자가 정상인보다 노안이 빨리 찾아올 가능성이 높으므로 평소 꾸준한 운동과 저칼로리 저지방식 식사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안과의사 처방받아야〓노안은 돋보기를 써도 원거리 사물을 볼 때는 안경을 벗어야 한다. 이를 보완한 것이 안경 아래 ⅓∼¼ 부분에 돋보기를 덧댄 이중초점렌즈. 먼 곳을 볼 때는 정면, 가까운 곳을 볼 때는 안경 아래쪽을 본다. 초점의 변화가 커 계단을 내려갈 때나 등산할 때 불편한 것이 단점.

누진다초점렌즈는 렌즈의 윗부분은 먼거리, 가운데는 중간거리, 아래부분은 가까운 데를 볼 수 있게 설계된 돋보기. 일반 렌즈에 비해 정밀성이 요구되므로 반드시 안과의사의 처방을 받아 경험이 풍부한 전문 안경사의 손을 거치는 것이 좋다.

▽녹내장까지 치료〓돋보기를 싫어하거나 돋보기 적응력이 부족해 어지럼증 등으로 고생하는 노인을 위해 노안을 수술로 치료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시도중이다. 지난 3일 백내장 라식전문병원인 세란안과 개원식 심포지엄에서는 최신 노안 수술법이 발표됐다. 일본의 히데하루 후카사쿠박사는 공막의 네 군데를 절개한 후 실리콘을 넣어 공막을 확장시키는 ‘공막절개법’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노안이 찾아와 근거리 시력이 크게 떨어진 50세 이상 남녀 100명을 수술한 결과, 굴절력이 최소 1.5디옵터 이상 좋아졌으며 시술 후 안압까지 떨어져 녹내장 치료까지 겸할 수 있는 수술법”이라고 말했다.

임승정 세란안과 원장은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500명의 백내장 환자에게 시술한 결과, 4명 가운데 3명은 돋보기 없이 신문을 볼 수 있어 노안까지 치료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도움말〓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안과 김만수교수, 서울중앙병원 안과 차흥원교수)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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