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교수의 생명코드 풀기]유전병 예방 멀지않았다

  • 입력 2000년 8월 8일 19시 22분


헌팅턴병과 같은 유전병은 환자의 정신과 육체를 황폐화시킨다는 점에서 무서운 병이다. 일단 태아에 생긴 헌팅턴병의 유전자 결함은 중년에 이르기까지 그 징후가 나타나지 않지만 일단 발병하면 백치가 되고 신체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하며 이 낙인(烙印)은 그대로 자손에 전해진다.

부모의 유전자를 한 벌씩 받아 태어난 사랑스러운 자식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 이상(異常)으로 평생 고통받는다면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따라서 유전성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일은 수 만 명의 유전병 환자에게 더 없이 중요한 일이다.

유전자에 어떤 결함이 있으며 이 결함이 어떤 방식으로 유전되는가가 밝혀지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증상 없이 유전자 이상 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게 돼 유전병 환자가 자손을 낳아도 되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또 이 질병 유전자의 이상이 어떤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세포 기능을 교란시켜 몸과 마음을 피폐시키는가를 밝히게 되면 이를 차단할 약과 예방법도 찾아낼 수 있다.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전과 게놈 상의 풍부한 이정표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에 힘입어 과학자들은 수 년 간의 엄청난 노력 끝에 1983년 헌팅턴병 유전자를 확인했다. 1987년에는 근육을 위축시키는 근디스트로피병의 유전자가, 1989년에는 낭포성섬유증과 다발성 경화증 같은 중증 유전질환의 원인 유전자가 속속 발견됐다. 이를 기초로 결함 유전자를 받은 사람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을 피할 수 있는 예방법과 신경 손상을 멈추게 하는 신약 등이 개발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프랜시스 콜린스는 미시간대에서 낭포성 섬유증 유전자를 최초로 찾아냈으며 여러 가지 유전성 질환의 유전자를 규명한 연구진을 지휘한 이 분야의 대가이다. 그의 말대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유전병 유전자 연구에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유전병 유전자 연구가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진단병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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