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교수의 생명코드 풀기]유전자 연구소홀 기술종속

  • 입력 2000년 7월 19일 16시 26분


올해초 일본의 바이오테크놀러지 기술개발 연구조합은 자신들이 발굴한 약 2200개의 유전자 정보를 특허신청했다가 곧바로 공개해 버렸다. 왜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했을까?

미국과 유럽에 비해 대규모 게놈해석 기반이 열세인 일본이 이런 방식으로 특허 성립의 요건을 없앰으로써 외국 기업이 산업적으로 유용한 유전자에 대해 특허를 선점하는 것을 일부나마 막아보려는 고육지책이었다.

특허는 새 기술이나 물질을 ‘발명’하는데 주어진다. 인간의 유전자는 이미 존재하는 천연물질을 ‘발견’한 것이지만 유전자를 밝히는데 엄청난 노력이 요구되므로 유전자특허가 인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 특허 등은 다른 공정을 개발해 대체할 수 있지만 같은 기능을 가진 인간 유전자는 단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유전자 특허를 선점하면 이를 이용한 산업을 지속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

한 예로 유방암을 일으키는 BRCA1 유전자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는 미리아드사는 이를 이용한 진단 및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인 제약사들로부터 엄청난 로열티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구미 특허청에선 유전자특허가 봇물을 이뤄 인사이트사가 최초의 유전자 특허를 취득한 이래 작년 말까지 약 1000개의 인간 유전자 특허가 났으며 수 만 건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초안 공개 방침에 힘입어 올해6월 미국 유럽 일본의 특허청은 기초적 염기배열 해독의 경우엔 특허를 인정하지 않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다만 향후 생명공학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개별 유전자의 기능이나 유전자별 차이를 규명, 질병과의 관련성이나 산업적 유용성을 입증한 경우에만 유전자특허를 인정하기로 했다.

유전자의 기능은 참으로 다양하므로 △산학연의 폭넓은 연구 기반 확보 △효율적 네트워크 구축 △고효율의 유전자해석기술 개발 등을 등한시하면 결국 생명공학산업시대에서는 기술 종속국이 될 뿐이다.

김대식(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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