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디지털]칼 마르크스 소외사상의 전개

  • 입력 2000년 1월 10일 08시 06분


소외사상의 전개소외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960년대 이후의 일.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최근 국내외 각종 조사에서 ‘지난 1000년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여러차례 선정된 칼 마르크스가 20대에 저술한 ‘경제학·철학초고’가 1932년 처음 공개되면서부터.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헤르베르트 마르쿠제는 이 초고가 공개된 시점에서 거기에 나타나는 ‘소외’개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헤겔철학과의 연관 하에서 설명하려고 했다.

사실 이와 비슷한 개념들은 루소를 비롯해 실러, 헤겔, 포이에르바하 등 독일 관념론자들에 의해 빈번히 사용됐으며, ‘초고’ 발간 이전에도 비슷한 논의가 다양하게 전개됐다. 페르디난트 퇴니스의 공동사회와 이익사회 논의에 나타나는 본질의지와 선택의지의 문제, 에밀 뒤르켕의 아노미 개념, 막스 베버에 있어 사회제도가 갖는 물신성 문제, 게오르그 짐멜이 말하는 생에 대한 형식의 승리, 형식에 대한 인간의 굴복 등이 그것.

그러나 마르크스의 ‘초고’에 나타나는 소외 논의는 1932년 첫 공개 이후 2차 세계대전 동안의 잠복기를 거쳐, 동서 냉전이 격화되던 시기에 다시금 주목받게 된다. 냉전이 절정에 이르는 스탈린시대에 서방진영은 ‘소외’ 개념을 통해 마르크스 초기저작의 인간주의적 사상경향을 부각시켜 소련공산주의의 비인간적인 측면을 공격했고, 소련과 동구의 공산주의자들은 그것이 ‘청년’ 마르크스의 이상주의를 보여줄 뿐 그의 진면목이 아니라고 주장, 그 중요성을 폄하했다.

소외문제에 대한 논의가 광범하고도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한나 아렌트,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에리히 프롬 등 독일계 학자들이 미국 등 선진제국의 대중사회를 소외와 연관시켜 재해석하면서부터. 오늘날의 소외논의는 이들이 헤겔과 마르크스의 소외개념을 현대 대중사회 비판에 적용, 광범위한 반향을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소외논의는 1960년대 이래 실증주의적인 미국 사회학에도 접목되어 이후 선진 산업사회의 사회적 병리나 일탈현상을 계량적으로 설명하는 데에도 광범위하게 원용되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