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켄스의 한국 블로그]서울에서 겪은 추수감사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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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토머스 마켄스 미국 출신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재학
토머스 마켄스 미국 출신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재학
지난주 추수감사절부터 1월 1일까지 미국은 축제 시즌이다. 1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간이다. 카페나 서점 등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리본과 눈송이 장식품들이 가게 유리창에 달린다. 겨울방학이 시작돼 가족, 친구와 같이 1년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분명 이 시즌에는 매우 신나는 무언가가 있다.

미국에선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방법이 다양하고, 가정마다 특별한 전통이 있다. 일반적으로 추수감사절에 가족들이 다 모여서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다. 파티에는 구운 칠면조가 주요리이고 으깬 감자, 콩, 호박파이 등 다양한 요리를 곁들인다. 뉴욕에는 유명한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와 같은 이벤트도 있고 가족과 미식축구, 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이 17세기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온 영국 사람을 기억하는 날이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이 명절의 가장 중요한 점은 아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추수감사절은 바쁜 일상생활을 잠깐 쉬고 삶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어린 시절 추수감사절은 좋은 기억으로 가득하다. 한번은 여동생 숙제를 도와주기 위해 가족이 급하게 대본과 종이 소품을 만든 뒤 명절 이야기에 대한 연극을 녹화한 적이 있다. 친척 집을 방문해 연휴를 즐긴 적도 있고, 많은 친척들이 우리 집으로 온 해도 있다. 그리고 거의 매년 새로운 요리를 시도했는데 지금도 그 실패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이런 즐거운 가족과의 시간이 요즘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살지만, 엄마와 동생은 영국 런던에, 형과 아빠는 미국에 산다. 그리고 이는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학교와 일 때문에 해외로 멀리 간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 명절 때마다 집에 돌아가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 이제 명절의 의미는 없어지는 걸까?

나는 집에 갈 수 없지만 명절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에 나는 명절을 지내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내가 사는 곳은 오븐이 없어서 칠면조를 집에서 굽지 못했다. 그래도 대형마트와 친구의 도움을 통해 추수감사절 음식을 준비했다. 그리고 내가 몇 년 전에 참여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추수감사절에 특별한 행사를 준비해 주었고, 명절을 더 신나게 보내기 위해 선생님들이 모두 서울까지 왔다.

또한, 우리 가족은 온라인을 통해 명절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다. 크리스마스는 우리 가족의 제일 큰 명절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은 12월 25일 아침에 벽난로 옆에 둥그렇게 앉아 선물을 주고받았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에 집에 가지 못했지만 엄마가 나에게 선물을 미리 소포로 보내주고, 화상 채팅으로 가족 모두가 모여 각자 선물을 열고 축하해 주었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상황에 맞게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사람들은 종종 해외에서 사는 것은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적응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그뿐만 아니다. 해외 생활로 지구 반대편에서 살면서도 자신의 문화를 유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한국 문화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것을 경험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고국과 다른 점이 많은 나라에서 사는 것은 역시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해외 생활이 힘들 때 미국에서의 추억과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된다. 지금은 명절이 그 역할을 한다. 어릴 때 명절은 학교에 가지 않고 재미있게 노는 날이었다. 그리고 대학생 때 명절은 집에 가서 가족과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고 쉬는 날이었다. 그런데 이제 명절은 내 뿌리를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날이다. 한국에서 살기 때문에 고향의 명절과 관련된 기억은 큰 힘이 된다.

올해 축제는 가족과 같이 보내지 못했지만, 사실 이 상황도 좋은 점이 있다. 오히려 서로 간에 더 가깝게 느끼고 고향을 떠올리게 만들며, 앞으로 가족을 만났을 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귀하게 보내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번 추수감사절에 감사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토머스 마켄스 미국 출신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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