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전문기자의 사진 속 인생]망원렌즈로 본 세상

이종승전문기자 입력 2017-08-18 03:00수정 2017-08-18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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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한, ‘큰 달’. 2013년 충남 서산에서. F2.8, 1/400초, ISO 4000, 400mm
사진에 취미를 붙이고 나면 누구나 망원렌즈를 하나 장만하고 싶은 마음을 품는다. 망원렌즈란 표준렌즈(인간의 시각과 비슷한 화각을 갖는 50mm 렌즈)보다 긴 초점거리의 렌즈를 말하는데 보통 200mm 이상의 렌즈를 말한다. 망원렌즈를 바라는 것은 심리적인 요인과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카메라 보디에 한 뼘 이상 길게 돌출돼 있는 렌즈가 있어야 뭔가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과 멀리 있는 사물을 가깝게, 또 가까이 있는 것을 더 가깝게 찍고 싶다는 마음이 그것들이다.

망원렌즈는 사물을 찍어 사진가의 생각을 나타내는 데 필요한 연장 같은 것이다. 사진가에게 렌즈란 목수의 연장이나 화가의 붓과 같다. 프로들은 다양한 렌즈를 갖추고 촬영을 하지만 아마추어의 경우 많은 돈을 들여가며 렌즈를 종류별로 구비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망원렌즈를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시의 한 수단으로 나타내려는 것은 사진 실력을 늘리는 것과 관련이 없다. 망원렌즈는 길고 무겁기에 1/60∼1/125초 이상의 셔터 스피드가 보장되지 않을 때 삼각대 없이 촬영하면 흔들리기 십상이다. 망원렌즈가 꼭 필요할 때는 멀리 있는 것을 당겨 찍을 필요가 있을 때, 크게 찍어 세세한 것을 보여주고 싶을 때, 가까운 거리를 허용하지 않는 조류를 찍을 때, 스포츠 경기의 결정적인 장면을 찍을 때 등이다. 요즘 망원렌즈는 70∼200mm, 100∼400mm 등 줌렌즈 혹은 300mm, 600mm 등 단렌즈 형태로 시판되고 있는데 조리개 수치가 F2.8 이하인 것들은 매우 비싸다.

사진을 찍을 때도 우도할계(牛刀割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도할계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으로 작은 일에 과도하게 큰 도구를 쓴다는 말이다. 다루기에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 뿐 아니라 고가(高價)라 도난의 표적이 되는 망원렌즈에 대한 맹목적인 짝사랑은 사진의 우도할계라 할 만하다. 그 대신 표준렌즈를 이용해 멀리 있는 것은 다가가고 가까이 있는 것은 뒤로 물러나 찍는 연습을 충분히 해보자. 앞으로 가고 뒤로 물러나면서 얻는 게 사진 실력을 늘리는 데 있어 서투른 망원렌즈 이용보다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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