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전문기자의 사진 속 인생]밤을 찍는 까닭

이종승 전문기자 입력 2017-07-28 03:00수정 2017-07-2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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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그의 또 다른 휴식’, 2016년.
밤 촬영의 재미 중 하나는 단순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밤에 찍은 사진은 컬러와 흑백의 구분이 힘들 정도로 흑과 백 두 가지 색으로만 보일 뿐 아니라 어둠이 모든 걸 가려줘 배경을 단순화시킬 수 있다. 또 조금이라도 있는 빛은 어둠 속에서 주목을 끌기에 그것을 이용해 주제를 부각할 수도 있다. 요즘처럼 열대야가 지속되는 여름밤을 견디기 힘들다면 밖에 나가 어둠 속에서 촬영을 즐기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요즘 시판되는 일안 리플렉스 디지털카메라들은 ISO(카메라 센서가 빛에 반응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높아 삼각대 없이도 밤에 웬만한 것들을 찍을 수 있다. ISO 숫자는 두 배씩 커지는데 그 숫자가 클수록 빛에 반응하는 범위가 배로 높아진다는 의미다. 필름 카메라가 대세였던 시절 고감도 필름이 ASA400(ISO400) 정도였지만 요즘 디지털카메라의 ISO는 보통 25,600까지 지원한다. 기술 발전의 속도로 미뤄볼 때 빛이 거의 없는 데서도 플래시 없이 사진 찍을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강바람에 버드나무 가지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간간이 서 있는 가로등이 슬쩍 비추는 장면은 밤의 한강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취감이 묻어나는 풍경이다. 이런 장면은 망원렌즈보다는 와이드렌즈를 이용해 ISO를 1600 이상으로 세팅해 찍는다면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밤 하면 휴식, 평온이 떠오른다. 그 안에서 재충전을 하고 밝았을 때의 삶을 준비한다. ‘밤은 좋은 것을 가져다 준다’라는 프랑스 속담에는 밤을 긍정적으로 보는 낭만적인 시선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사진기자들의 밤은 항상 낭만적이지는 않다. 사건 사고들은 밤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그것들은 대개 큰 뉴스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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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강공원에 산책 나갔다가 찍은 것이다. 휴식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 고독한 인간, 현대의 모습 등 중의적인 의미를 사진으로 나타내고 싶었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밤은 좋은 것을 가져다 준다#밤 촬영#iso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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