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전문기자의 사진 속 인생]즐기는 것의 바탕은 열정과 끈기

이종승 전문기자 입력 2017-03-10 03:00수정 2017-03-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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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만作 ‘집배원’(전북 고창, 1975)
셔터 소리가 좋기는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기계음에 끌려 사진기자가 됐지만 취재에 치이다 보니 셔터 소리를 느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걸 즐기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종종 카메라 백이 무겁게 느껴지고 타인의 시선에 눌려 ‘사진을 찍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타인의 시선이란 취재 현장 혹은 세상살이에서 사진기자만이 느끼는 ‘묘한 감정’이다. ‘즐기는 것의 바탕은 열정과 끈기’임을 사진부 김녕만 선배를 보고 배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김 선배는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가까이에 있는 큰 나무와 같다. 그는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내가 대통령을 위에서 찍으면(하이 앵글) 대통령이 작게 보이고, 아래서 찍으면(로 앵글) 대통령이 크게 보인다. 내 생각이 담긴 사진을 몇 백만의 사람들이 본다”고 했다. 또 “김영삼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는 걸 비유하기 위해 연설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뒤에서 거의 안 보이게 찍었더니 청와대에서 항의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기자로서의 사진관 또한 확고했다는 의미다. 이것은 사진가의 생각이 보편타당하며 창의적이어야 ‘내 시선이 세상의 시선’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훌륭한 작품은 갑작스러운 영감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의 전체적 삶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에 그의 사진은 어울린다. ‘한국적 정서를 해학적으로 표현했다’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바탕은 그가 농촌 출신이라는 점과 어떤 어려운 일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근성 때문이다. 눈보라 치는 날 하루 종일 집배원을 따라다니며 찍은 ‘집배원’이란 사진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오래도록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알게 해준다. 손이 얼어 주먹으로 셔터를 눌렀던 끈기와 진정성에 피사체는 사진가를 받아들여 ‘나와 같다’고 여겼을 것이다. 현역 기자 생활을 은퇴한 그는 여전히 30년 전부터 찍어 온 남북 분단의 다양한 모습을 찍고 있다. 항상 재미있게 사진을 찍는 선배를 보며 사진가의 덕목 중 하나는 ‘끈기’임을 느낀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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