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전문기자의 사진 속 인생]선배에게 배운 것

이종승전문기자 입력 2017-02-17 03:00수정 2017-0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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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조, ‘섬 어린이’(1972년·전남 신안군 하태도)
사진을 찍는 게 평생 해도 될 일이라고 일깨워준 선배가 있다. 선배가 없었더라면 취미로 사진 찍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됐을 것 같다. 그분은 바로 전민조 선배다. 선배와 10년 남짓 사진부에서 근무했다. 그의 진가를 안 것은 회사에 들어온 지 5년쯤 지났을 때였다. 선배는 항상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를 롤모델 삼아 따라 했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진적인 발전은 물론이고 ‘흉내 내기’도 힘들었다. 그때부터 전 선배가 ‘장인(匠人)’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장인 하면 떠오르는 ‘열정’ ‘고집’ 그리고 ‘인간미’가 있었지만 내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진에 자부심을 갖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선배는 마치 큰 도서관 같았다. 부족함을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채웠다.

사진 찍기란 ‘인생 마라톤’과 비슷한데 고작 5년을 했다고 뭘 기대한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때 마침 평생을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을 찍은 최민식 선생이 쓴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이란 책을 보게 됐는데 선생은 사진을 ‘사상의 감정적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도 내가 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한 계기가 됐다. 사진은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하지만 사진가의 생각이 무엇을 어떻게 찍는가를 결정하기에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내가 찍은 사진에 대해 최소 몇십 분은 얘기하려면 갈 길이 멀었다.

올챙이 기자 시절 전 선배로부터 “눈물이 나올 만큼 감동적인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나는 해낼 수 있었다”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유진 스미스의 말을 많이 들었다. ‘엄청난 노력을 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란 의미로 받아들였다. 사진도 인생처럼 ‘도전’과 ‘극복’을 반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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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선배의 미소와 닮은 사진을 소개한다. 이 사진도 역시 ‘도전’과 ‘극복’의 산물이다. 좋은 장면을 찾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섬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비 오기 전 해변에 말려놨던 땔감을 황급히 옮기는 게 소녀들은 즐거웠는지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 1972년 전남 신안군 하태도에서 찍은 이 사진이 몇 년 전 전시됐을 때 한 중년 여성이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인생 마라톤#도전#극복#전남 신안군 하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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