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상식의 재구성]백성들 임금 이름 피하기 쉽게, 잘 안쓰는 외자로 바꿔

입력 2014-03-14 03:00업데이트 2014-03-14 07:37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조선 태조 ‘成桂’서 ‘旦’으로 개명 이유 ‘고려의 무인으로 고려의 마지막 왕이 됐다가 조선왕조의 첫 임금이 된 이는?’ 물론 태조 이성계가 정답이다. 하지만 ‘태조 이단(李旦)’ 역시 정답이다. 그는 1392년 고려 35대 왕으로 즉위할 때까지만 해도 ‘성계(成桂)’란 이름을 썼다. 하지만 그 다음 해 조선으로 국호를 바꾸고 초대 왕으로 등극할 때는 외자 ‘단(旦)’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백성들이 임금이나 성현의 이름 한자를 피해 쓰도록 한 기휘(忌諱) 풍습을 따랐던 고려 왕실의 전통을 좇아 이름을 바꾼 것이다.

후대 임금도 모두 외자 이름을 가졌다. 하지만 왕으로 즉위하고도 외자 이름이 없는 임금은 조선왕조를 통틀어 단 2명뿐이다. 태종(太宗) 이방원과 단종(端宗) 이홍위다. 이에 대해 정종수 전 국립고궁박물관장은 “태종은 적합한 한자를 고를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단종의 경우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했기 때문인지) 외자 이름이 기록된 문헌이 전해지는 게 없다”고 말했다.

기휘는 훗날 해당 한자뿐만 아니라 글자는 달라도 음이 같은 한자로까지 확대됐다. 왕은 백성의 고통을 줄이려 일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 한자를 이름자로 선택하려 했다. 정조(正祖)의 이름(李성)이 ‘이산’으로도 ‘이성’으로도 읽혔던 이유도 백성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싶었던 정조가 당시 거의 쓰지 않던 한자를 이름자로 썼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정조가 처음엔 성을 오늘날 옥편처럼 산(算)으로 발음하다가 1796년 한자발음사전인 규장전운(奎章全韻)을 발행하면서 성(성)으로 발음을 바꿨다고 보고 있다.

그럼 당시 백성은 왕의 이름을 잘 알고 있었을까? 아니다. 왕의 이름을 일상에서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지방 선비만 해도 왕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적지 않았다. 정 전 관장은 “이 때문에 과거시험 답안지를 적을 때 실수로 왕의 이름 한자를 써서 채점 과정에서 불이익을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