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재우고 테레비]삼시세끼, 뺄셈이 가져다준 즐거움

구가인기자 입력 2014-12-25 03:00수정 2014-12-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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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도 이토록 스타일리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삼시세끼’의 옥택연(왼쪽)과 이서진. CJ E&M 제공
한때 예능에서 ‘서바이벌’ ‘생존’이라는 말이 유행했다면 요즘엔 ‘공존’이 트렌드다. TV에선 함께 여행을 떠나고(tvN ‘꽃보다’ 시리즈), 집을 짓고(SBS ‘에코빌리지 즐거운 가’), 같이 산다(SBS ‘룸메이트’). 그리고 최근 성공리에 종영한 tvN ‘삼시세끼’는 함께 밥을 짓는 얘기다.

고백하자면 처음 삼시세끼의 콘셉트를 듣고 이서진이 그랬듯 나 역시 “이 프로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패밀리가 떴다’부터 ‘1박 2일’, 더 넓게는 ‘6시 내 고향’까지 ‘산골에서 밥 먹는’(?) 화면은 지겨울 만큼 보지 않았나. 게다가 고정 출연진은 단둘. 밋밋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4% 남짓한 시청률로 시작한 이 프로는 올해 케이블 방송 최고기록인 8.9%로 종영했다(닐슨코리아). 다음 달엔 ‘어촌 편’도 나온다. ‘보는 눈 없음’을 반성하며 인터넷TV로 방송을 복기(?)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삼시세끼는 성공한 전작을 벤치마킹하면서도 더하기보단 빼기를 통해 함께하는 즐거움을 살렸다.

▽게임 빠진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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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는 출연진이나 형식면에서 나영석 PD의 전작 KBS ‘1박 2일’을 빼닮았다. 개 ‘상근이’의 역할을 ‘밍키’가 대신하는 것까지 유사하다. 다만 삼시세끼의 미션은 단순하다. 세 끼 밥 짓기. 밥 짓는 과정이 녹록하진 않지만 ‘1박 2일’처럼 밥 한 끼 좀 먹어보겠다고, 따뜻한 잠자리에서 자겠다고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까, 밥은 편하게 먹어야 한다.

▽화려함을 뺀 ‘제이미스 키친’

이서진은 이 프로의 ‘신의 한 수’였다. 이 남자는 끊임없이 투덜거리면서도 은근 요리에 재주가 많다. ‘네이키드 셰프’ ‘제이미스 키친’으로 잘 알려진 제이미 올리버를 비롯해 요리 잘하는 미남은 방송이 사랑하는 출연자다(소매를 걷고 식재료를 섬세하게 조물거리는 손목은 얼마나 섹시한가!). 다만 다수의 미남 요리사가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와 지나치게 번지르르한 모양새의 요리로 보는 사람의 기를 죽였다면, 삼시세끼의 집 밥은 소박하다. 마음을 움직이기엔 만찬보다 소찬이 낫다.

▽생존 위협을 제거한 ‘정글의 법칙’

나처럼 요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삼시세끼 요리 과정은 SBS ‘정글의 법칙’ 김병만 족장의 수렵·채취만큼이나 신기했다. 염소젖을 짜 리코타 치즈를 만든다거나 맷돌로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를 마신다니 놀랍지 않나. 산골에서 밥 짓기는 오지에서 살아남기 못지않게 기발하지만 생존을 위협하진 않기에 피로가 덜하다. 일상은 때로 어떤 이벤트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선물하기도 한다. 따뜻한 집 밥이 그러하듯.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삼시세끼#서바이벌#제이미스 키친#정글의 법칙#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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