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재우고 테레비]드라마 속 사투리… 잘 쓰면 藥, 못 쓰면 毒

동아일보 입력 2014-06-25 03:00수정 2014-06-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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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매.” “그러는 거우까?” “아이우다!”

KBS1 사극 ‘정도전’을 보다 보면 이성계(유동근)의 함경도 사투리에 매료된다. 유동근이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도 새삼 깨닫게 된다. 정현민 작가는 이성계의 사투리 설정에 대해 “원나라에서 태어나 고려인이 된 비주류 경계인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치”라고 했다. 사투리 덕에 뻔해 보였던 역사 인물 이성계는 새롭게 조명 받았다.

요즘 드라마에는 사투리를 쓰는 주연급 배우가 많다. KBS2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는 김희선과 옥택연이 경주 사투리를 쓴다. MBC ‘왔다! 장보리’의 오연서는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SBS 월화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이승기와 고아라는 극중 마산 출신으로 표준어와 사투리를 섞어 쓴다. SBS 수목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도 이종석이 평양식 북한말을 구사한다.

사투리 유행에는 서울 하숙집 대학생들 이야기를 그렸던 지난해 화제작 ‘응답하라 1994(응사)’의 영향이 큰 듯하다. 응사의 주연 배우 고아라는 그 캐릭터와 말투를 그대로 ‘너희들은…’에서 재활용하고 있으며, 전라도 사투리로 뜬 손호준은 KBS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선 경상도 사투리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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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하이틴 스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인지 아이돌 가수들은 연기에 도전하면 다들 사투리부터 배운다. 씨스타의 보라는 최근 ‘닥터 이방인’에서 북한 사투리를 선보였고, 빅뱅의 승리는 최근 종영한 ‘엔젤아이즈’에서 교포 출신으로 텍사스식 영어와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이도저도 아닌(!) 연기를 보여줬다.

사투리를 쓰는 배역의 상당수는 순박하거나 무지한 성격이 많다. 사투리 연기가 지방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이다. 배우들의 어설픈 사투리는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온라인에는 “경주에서는 김희선이나 옥택연 같은 사투리를 안 쓴다” “이승기 사투리, 손발이 오글거린다” “오연서는 대체 어느 지역이냐” 같은 불만의 글이 많다.

‘정도전’에서 유동근은 새로운 대본을 연습할 때마다 3시간씩 탈북자 발음전문가에게 과외를 받았다고 한다. 사투리 연기는 그만큼 어렵다. 그러니 쉽게 사투리에 도전하지 말자. 어색한 호흡과 불안한 눈빛부터 고치고 사투리를 쓰자.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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