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석의 좌충우돌 육아일기]세금이 제대로 쓰인다고 느낄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어느덧 연말이 다가온다. 월급쟁이들에게 13번째 보너스라는 연말정산도 함께. 일 년 내내 관심 없던 ‘세금’이라는 이슈가 부쩍 가깝게 다가오는 계절이 온 것이다.

다둥이 가족인 우리 가족은 연말정산을 하면 세금을 돌려받게 되니 ‘보너스’라고 생각되지만 의외로 연말정산 때 세금을 더 내는 사람들도 꽤 있다. 특히 직장 생활 좀 해서 연봉은 높은데 여전히 싱글 라이프를 살고 있는 광고계의 수많은 노총각, 노처녀들이 그렇다.

나도 아이가 없을 때만 해도 나라에서 떼어가는 세금이 그렇게 아까웠다.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이 떼어가며 떼어간 내 돈을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건지. 그런데 아이 아빠가 되고 보니, 그런 세금들이 어디에 쓰이는지 이제는 대충 알 것도 같다.

요즘은 정부와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출산 장려, 보육 정책을 내놓는다. 그중에서 아이들을 위해 정말 제대로 쓰인다고 생각한 곳 중 하나가 ‘송파어린이도서관’이다.

잠실 재개발 아파트 대로변의 금싸라기 땅에 송파구청에서 건립해 운영하는 송파어린이도서관은 장서 규모나 크기가 크지는 않지만 한참 책과 친해져야 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는 공간이다. 일단 글씨도 모르는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을 위해 책상이나 의자를 치우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집 안방처럼 도서관 곳곳에 누워, 엎드려, 기대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또 자기만의 공간에 숨어 있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특성까지 고려해서 다락방, 이야기방 등 다양한 독서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화장실까지 딸려 있는 아기방이라는 곳도 있어서 기저귀 차고 따라간 둘째 놈들 놀게 하기도 딱 좋다.

처음 갔을 때는 아이가 책을 고를 줄도 몰라 대신 책도 골라서 읽어주곤 했는데 지금은 한글을 배운 첫째 딸은 도서관 구석에 누워 자신이 원하는 책들을 쌓아 놓고 읽는다. 더구나 아이들의 특성상 자신들이 찾아온 책들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줄 모르고 그냥 아무 곳에나 방치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기업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책을 제자리에 정리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사실 이 도서관의 백미는 아이들을 데려간 부모들을 배려했다는 점이다. 1층과 2층 사이에 어른들을 위한 도서가 준비되어 있는 데다 강의나 공연 등 여러 부대 행사까지 한다.

세금이 잘 쓰이는 곳은 또 있다. 올림픽공원 내 평화의 문 좌우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는 아이들과 부모들 모두의 눈높이를 맞춘 천국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대단히 돈이 많이 들어간 시설은 아니다. 미끄럼틀과 그네 사이로 부모들이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펴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들도 함께 쉴 수 있도록 한 작은 배려가 보통 놀이터와는 다른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날씨 좋은 주말에 돗자리 하나 들고 세 아이들 간식 좀 챙겨서 나오면, 무료로 부모와 아이 모두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다.(단, 주차비는 있다.)

정치가 입장에서야 보육료다 지원금이다 장려금이다 해서 유권자 지갑에 현금으로 바로 돌려주는 정책이 더 나아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막상 이런저런 혜택을 받아 보니 단기적인 직접 지원보다는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공원,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과 같은 공공시설들이 더 큰 혜택으로 느껴진다.

결국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고 편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30대 중반의 광고기획자인 필자는 여섯 살 큰 딸 보미와 세 살 유나·지우 쌍둥이를 키우는 가장이다.

이경석 광고기획자
#세금#어린이 도서관#어린이 놀이터#공공시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