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석의 좌충우돌 육아일기]쌍둥이 유모차,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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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만 해도 백화점이나 마트에 쌍둥이가 나란히 타고 있는 쌍둥이 유모차가 나타나면 지나가던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린이집이나 길거리에서 쌍둥이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시대가 되었다.

우리집 쌍둥이 지우, 유나가 처음 태어났을 때만 해도 이웃들이 ‘쌍둥이네 집’이라고 불러주고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나들이라도 나갈라치면 생전 처음 보는 분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어 약간의 스타의식(?)까지 생겼다. 그러나 36개월이 지나고 있는 요즘은 그냥 동네 아이들일 뿐이다. 좀 섭섭한 마음도 있지만 그만큼 쌍둥이가 흔해진 셈이다. 한때 미국 현지의 쇼핑사이트에 들어가 직구입하는 방법밖에 없던 ‘쌍둥이 유모차’도 웬만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두 판매할 정도다.

실제로도 쌍둥이는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쌍둥이 출생률(세 쌍둥이 이상도 포함)은 1.80%에서 2011년 2.94%로 늘었다. 출생아 수는 2001년 9966명에서 2011년 1만3852명으로 39%가 증가했다. 주변에서 흔하게 쌍둥이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리 쌍둥이가 많아진 것일까. 자연임신으로 쌍둥이가 될 확률은 0.43%라고 한다. 2011년 우리나라 쌍둥이 출생률이 2.94%였으니 자연 상태보다 6.8배 이상으로 높았던 셈이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험관 임신이나 인공수정 등 난임 치료를 통해 태어나는 아이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렇게 쌍둥이 아이들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보니 쌍둥이를 낳은 산모나 아빠들에게 덕담을 할 때도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생겼다. 먼저 쌍둥이라는 이유로 대놓고 “요즘 쌍둥이들 다 시험관 아기라고 하던데 너희도 인공수정했니? 아님 시험관 아기니?”라고 대놓고 물어 보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난임 치료가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험관이나 인공수정 시술은 뭔가 ‘하자’가 있는 부부들이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부부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너무 직접적인 질문은 그분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 모르는 척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아기가 만들어졌는지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쌍둥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왜 요즘은 얼굴이 다른 쌍둥이가 많을까’ 궁금해한다. 그것도 이유가 있다. 난임 시술은 근본적으로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난자를 배란하도록 유도한다. 만들어진 여러 개의 난자를 수정란으로 만들어 엄마 배 속에 이식하기 때문에 얼굴이 서로 다른 이란성 쌍둥이가 태어난다.

우리 부부도 한 번 시술할 때마다 4개의 수정란을 이식했다. 첫아기를 가질 때도 4개의 수정란 중에 하나가 착상되어 큰딸이 태어났고 두 번째 아기를 가질 때도 4개의 수정란 중에 2개가 착상되어 쌍둥이 지우, 유나가 태어난 것이다. 시험관 시술로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누군가가 아이를 낳았을 때, 이란성 쌍둥이라면 자연임신이 아니라 난임 치료를 통해 가진 아이일 가능성이 크다.

쌍둥이를 낳은 부부들은 ‘선택유산’이라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과배란을 통해 4개의 수정란을 엄마 배 속에 넣고 나면 확률적으로 4개가 모두 착상이 될 수도 있다. 즉, 네 쌍둥이가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4개 혹은 3개 수정란이 착상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2개만 남겨 놓고 선택유산을 권하곤 한다. 다행스럽게 임신 10주차 내외로 일부가 자연 도태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세쌍둥이 혹은 네쌍둥이 출산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 아니면 선택유산을 할 것이냐를 놓고 부부는 정말 힘든 결정을 하게 된다. 이미 초음파 사진을 찍어보면 그 순간 사랑스러운 생명인 것을…. 어찌 부모가 되어 생명을 버리는 결정이 쉬울 수 있겠는가.

쌍둥이들이 건강하게 태어난 후에도 배 속에서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져간 아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어떤 부모는 한참을 힘들어하기도 한다.

세상에 귀하지 않고 사연 없는 아기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많아진 쌍둥이들에게는 이런 이야기와 사연이 있다는 점을 세상 사람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엘리베이터 앞에서 쌍둥이 유모차를 만나거든 잘 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아무래도 아이 한 명보다는 몇 곱절 힘들거든요.

이경석 광고기획자

※30대 중반의 광고기획자인 필자는 여섯 살 큰딸 보미와 세 살 유나·지우 쌍둥이를 키우는 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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