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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차이콥스키가 사랑한 2:3 리듬 ‘헤미올라’

입력 2018-12-04 03:00업데이트 2018-1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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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의 마지막 달이 왔습니다. 차이콥스키 ‘사계절(The Seasons)’의 ‘12월, 크리스마스’를 듣고 싶은 때입니다. ‘사계절’이라고 하면 음악 팬 대부분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집을 떠올리게 되지만, 차이콥스키도 일 년 열두 달의 서정을 그린 피아노곡집 ‘사계절’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집의 마지막 곡인 ‘12월, 크리스마스’는 젊은 아가씨들이 모여 춤을 추며 새해 운을 점쳐보는 즐겁고도 안온한 분위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3박자 왈츠풍의 곡인데 ‘헤미올라’ 리듬이 특히 정겨운 인상을 주죠.

헤미올라라니, 조금 생소하죠? 헤미올라는 ‘2:3’의 비율을 뜻하는 말입니다. 음악 이론에 있어서 ‘2:3’이라는 비율은 중요합니다. 우리 전통 국악에서 각 음의 높이를 정하는 것도 기준음을 가진 율관(律管)에서 2분의 3 또는 3분의 2 높이가 되는 소리를 계산해 가며 정하죠. 그러나 리듬 또는 박자에 있어서 ‘헤미올라’가 갖는 뜻은 이와 다릅니다. 3박자의 리듬으로 전체 곡이 진행되지만 그 선율은 두 박자씩으로 나뉘는 것이 대표적인 ‘헤미올라’ 기법입니다.

말하자면, 반주부는 ‘하나 둘 셋/하나 둘 셋’으로 나가지만, 선율은 ‘하나 둘/셋 하나/둘 셋’으로 보조가 살짝살짝 엇갈리는 것입니다. 이런 리듬은 약간 머뭇머뭇하는 것 같으면서도 ‘춤’의 인상이 강한, 재미있는 느낌을 줍니다.

차이콥스키는 특히 이런 ‘헤미올라’ 기법을 사랑해서 작품에 자주 집어넣었습니다. 발레 ‘잠자는 미녀’에 나오는 2막 1장 ‘파노라마’ 장면이 흐르는 듯한 헤미올라 리듬으로 특히 사랑을 받고 있죠. 교향곡 5번의 첫 악장 제2주제도 이 ‘헤미올라’ 리듬을 사용해서 아득한 동경의 느낌을 전해줍니다.

‘사계절’의 ‘12월, 크리스마스’ 외에도 차이콥스키는 겨울에 만날 일이 많은 작곡가입니다.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마다 사랑받는 작품이고, 그의 첫 교향곡도 ‘겨울날의 환상’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앞에 소개한 곡들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관현악곡 ‘눈 아가씨’도 겨울에 꼭 찾아 듣게 되는 작품입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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