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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말러가 묘사한 군대

입력 2018-11-20 03:00업데이트 2018-1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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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도 어느 계절 못잖게 콘서트홀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작품으로 풍성합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7,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핀란드의 거장 오스모 벤스케 지휘로 ‘오스모 벤스케와 이언 보스트리지’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영국 테너 보스트리지가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에서 군대와 관련된 세 곡을 노래했습니다.

앞서 이달 3일 열린 파보 예르비 지휘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도 말러의 교향곡 5번이 연주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말러 교향곡 5번 첫 악장에 나오는 장송행진곡과, 보스트리지가 노래한 가곡 ‘소년 고수’가 어딘가 닮게 들립니다. 이유가 있겠죠.

말러는 ‘교향곡은 세계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술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는 자신감은 당시 유럽 예술가들의 화두였습니다. 하지만 세계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추하고’ ‘더러운’ 것도 말러의 교향곡에 담겼을까요?

그랬습니다. 말러의 음악 속에서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꿈, 걸인들이 읊조리던 민요, 죽음에의 공포는 푸른 초원, 새들의 노래, 달콤한 연가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그의 아버지가 여관과 주점을 경영했기에, 그의 원초적인 음악 체험에는 술꾼들이 소리 높여 부르던 유행가도 큰 몫을 했습니다. 그 밖에 어린 시절 말러의 중요한 음악적 경험이 또 있습니다. 군대 나팔과 행진곡입니다.

말러가 1905년에 펴낸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는 민요 가사에 말러 자신이 곡을 붙인 일종의 ‘창작 민요집’인데, 군대와 관련된 노래가 여럿 나옵니다.

보스트리지가 서울시립교향악단 콘서트에서 노래한 ‘소년 고수’ ‘기상 신호’ ‘아름다운 나팔소리 울리는 곳’은 모두 나팔과 북소리가 묘사된 노래들입니다. 노래의 주인공들은 모두 나이 어린 병사이고, 이들은 가혹한 일상과 죽음에의 위협에 놓여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말러가 다가오는 두 세계대전을 ‘예언’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에게는 ‘전쟁과 죽음’도 표현해야 할 세계의 일부였을 뿐이죠. 앞에 암시한 대로 ‘소년 고수’의 세계는 교향곡 5번의 암울한 장송행진곡으로 이어집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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