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늦가을에 듣기 좋은 라흐마니노프 선율

입력 2018-10-30 03:00업데이트 2018-10-30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피아노가 낮은 음역에서 종소리 같은 단순한 음형을 읊조리고, 이어 현악기가 싸늘한 바람처럼 인상 깊은 주제 선율을 노래합니다. 방송에도 자주 등장해 귀에 익숙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입니다.

이 곡은 유독 요즘 같은 늦가을에 찾아 듣게 됩니다. 10월 말에서 11월 초는 쨍하게 맑은 날이 많지만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가리면서 찬 바람이 부는 날도 잦습니다. 길에 떨어진 낙엽이 이리저리 날리면 괜히 마음이 복잡해지죠. 이 곡 첫 악장은 요즘의 이런 계절감과 맞아떨어집니다. 피아니스트가 마음껏 기량을 뽐내기로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이 으뜸이지만, 음악 팬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작품은 역시 2번인 것 같습니다.

이 협주곡은 시쳇말로 ‘화면발’을 잘 받는 음악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명배우 그레타 가르보가 출연한 1932년 작 ‘그랜드 호텔’로 시작해 고금의 명화들에 자주 이 곡이 배경음악으로 쓰였습니다. 특히 1954년 나온 음악영화 ‘랩소디’에 인상적으로 쓰이며 큰 사랑을 받았죠. 우리 영화로는 2006년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이 곡이 등장했습니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는 이 작품의 2악장을 팝송으로 편곡한 ‘All by myself’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곡은 실제 11월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1900년 가을에 쓰기 시작해서 1901년 11월 9일에 작곡가 자신의 피아노 솔로로 전곡 초연됐죠. 물론 러시아는 겨울이 더 빨리 닥치니 11월 한국 날씨보다는 훨씬 스산했을 겁니다.

다음 달 3일 파보 예르비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가 조지아 피아니스트인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의 피아노 협연으로 이 곡을 연주합니다. 같은 곳에서 15일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는 최근 이 작곡가의 피아노협주곡 2번과 4번 앨범을 내놓으면서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정통함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