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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마랭 마레 290주기… 바로크 음악의 선율이 귓가에 흐르는 듯

입력 2018-08-14 03:00업데이트 2018-08-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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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침이 열기로 가득합니다. 올여름의 폭염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북미도, 유럽도 피해가지 못하는 듯합니다. 제가 이달 첫 아흐레를 보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아침도 더웠습니다.

여정을 시작했던 프랑스의 파리에서는 이곳 출신 작곡가이자 바로크 시대 악기 ‘비올라 다 감바’의 명인이었던 마랭 마레(1656∼1728·사진)를 떠올렸습니다. 유럽 영화 팬들에게는 프랑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1991년)에 등장하는 인물로 친근한 인물이죠.

영화에서는 아내를 잃고 딸과 함께 은둔하는 비올라 다 감바 명인 생트콜롱브를 젊은 마레가 찾아갑니다. 생트콜롱브는 마레가 가진 출세의 열망을 알아채고는 그를 쫓아냅니다. 마레는 자신을 사랑하는 생트콜롱브의 딸 마들렌을 통해 연주 기법을 습득하고는, 마들렌을 떠나버립니다. 그가 다시 옛 스승을 찾아가는 것은 한참이 지난 뒤죠. 영화 후반에 마레 역의 제라르 드파르디외와 생트콜롱브 역의 장피에르 마리엘이 묵묵히 이중주를 펼치는 장면은 잊히지 않습니다.

인상 깊은 장면들만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비올라 다 감바 음악들이 현대인의 귀에 쉽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근한 마레의 선율도 있습니다. ‘다섯 개의 옛 프랑스 춤곡’ 중 한 곡인 ‘르 바스크(Le Basque)’입니다. 폴짝폴짝 뛰는 듯한 천진한 리듬과 선율 때문에 현악 연주자들뿐 아니라 플루티스트, 리코더 연주자들도 앙코르곡으로 즐겨 연주하고,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의 시그널 음악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광복절인 15일은 마레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올해는 290주기가 되겠군요. 영화 속에는 욕망을 좇아 연인을 저버린 인물로 묘사되지만, 원작 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상상력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바로크 음악의 붐이 일었으나 바흐, 헨델, 비발디 이전의 옛 음악은 보통의 음악팬들에게 아직도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레도 바흐, 헨델보다 29세나 위이지만, 영화를 통해 낯을 익힌 인물인 만큼 그를 통해 옛 음악의 세계로 한 발 더 나아가 보면 어떨까요?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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