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모네의 ‘수련’과 드뷔시의 곡 ‘물의 반영’

입력 2018-08-07 03:00업데이트 2018-08-07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모네의 ‘수련이 핀 연못’(1899년). 동아일보DB
지난 목요일, 화가 모네의 수련(睡蓮) 정원으로 유명한 파리 근교의 지베르니에 다녀왔습니다. 한낮의 태양을 받아 빛나는 연못과 수련 잎,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의 잎들이 모네가 재현했던 화폭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누군가 옆을 지나가면서 ‘그림이 더 낫네’ 했습니다. 흔들리는 물결과 잎들의 느낌을 모네의 그림이 더 충만하게 표현하는 것도 같습니다.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은 인식철학이 그 배경이 되어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대상을, 예를 들어 사과를 열심히 관찰해도 우리가 얻는 것은 사과의 맛, 사과의 색깔, 사과를 두드렸을 때 나는 소리 등 감각의 총체일 뿐 사과라는 대상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상을 세밀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우리가 대상에서 느끼는 감각을 더 충실하게 나타내겠다는 생각에서 인상주의 운동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사진술의 발달로 ‘세밀하게’ 대상을 묘사하는 데서 의미를 찾기 힘들어진 것도 이런 인식의 한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돌아오면서 동행한 분들과 함께 드뷔시의 피아노 모음곡 ‘영상’ 중 첫 곡 ‘물의 반영’을 들었습니다. 제가 예전 이 코너에 썼던 표현을 인용해 ‘인상주의 미술에서 윤곽선이 흐릿해지듯이 인상주의 음악에서는 선율이 해체되어 동기(motive)들로 떠다닌다. 인상주의 미술에서 물감들이 중첩되며 예전에 없던 색감을 만들어냈듯, 화음도 규칙에서 벗어나 중첩되며 새로운 음의 인상을 표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상주의 미술가들보다 한 세대 늦게 나온 드뷔시, 라벨 등 음악가들은 ‘인상주의 음악’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날 그들은 인상주의 음악가들로 불립니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은 이 같은 ‘인상주의적’ 특징을 짙게 나타냅니다.

한 시대의 사상, 그리고 문학, 미술, 음악 등 여러 예술 장르들은 시대 안에서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다원적 사회로 불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와 시대에 대해서도 훗날의 사람들은 큰 범주로 묶이는 일정한 특징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특징일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