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62>부산 명지 갈미조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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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쫀득 식감에 달큼한 뒷맛… 갈매기부리 닮은 초겨울 보약

“쫀득쫀득 씹히는 식감과 산뜻한 단맛은 이곳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별미지요.”

3일 부산 강서구 명지동 동리 포구에서 만난 4.98t 갈매기호 박삼덕 선장(57)은 명지 특산물 갈미조개를 한껏 자랑했다.

갈매기 부리를 닮았다 하여 갈미조개라 불린다. 낙동강 하구 앞 바다에서 많이 잡힌다. 경북 포항과 강원 강릉, 충남 보령 등도 산지다. 학명으론 개량조개이나 지역에 따라 노랑조개, 밀조개, 명주조개로도 불린다. 하지만 명지 앞바다에서 잡히는 갈미조개를 최고로 친다. 이 해역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이어서 맛이 짜거나 싱겁지 않고 고소하며 육질도 부드럽다. 낙동강 하구에서는 철마다 다양한 해산물이 나오지만 갈미조개는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가 제철이다.

부산 명지 갈미조개탕
부산 명지 갈미조개탕
갈미조개는 수심 5∼10m의 맑은 해역에서 고운 모랫바닥을 얕게 파고 들어가 산다. 껍데기는 둥근 삼각형이며 표면에는 굵은 성장선이 선명하다.

명지동 동리, 중리 어촌계 소속 배 50여 척은 10월 하순부터 갈미조개잡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5t 미만 소형 배들이 포구에서 4∼6km 떨어진 면허 바다로 나가 할당량에 따라 조업한다. 자원이 줄고 바다 환경도 좋지 않아 어획량을 조절하고 있다.

배들은 닻을 내린 곳에서 100여 m 전진한 뒤 바닷속에 2개의 조개잡이용 그물인 형망을 내린다. 닻이 있는 지점을 향해 천천히 후진하면서 바닥을 긁는다. 박 선장은 “예전에는 명지 어민 100여 명이 1년 동안 갈미조개잡이로 30억∼40억 원 정도 수입을 올렸으나 요즘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명지 갈미조개는 유일하게 일본으로 수출된다. 맛과 품질 보증 때문이다.

현재 산지에서는 4∼7cm 크기의 까지 않은 갈미조개가 kg당 5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속살은 kg당 2만5000∼3만 원 선이다.

갈미조개와 삼겹살, 콩나물 등으로 버무린 갈삼구이
갈미조개와 삼겹살, 콩나물 등으로 버무린 갈삼구이
갈미조개의 연분홍빛 속살은 시각적으로도 유혹적이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속살은 씹히는 촉감이 촉촉하면서도 탱탱하다. 혀에 감긴 은은한 맛은 오래도록 잊기 어렵다. 버섯과 야채를 곁들인 갈미샤부샤부, 삶은 속살로 만든 갈미조개 초밥은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좋아한다. 불판에 조개를 얹고 육즙이 보글보글 나올 때 먹는 조개구이는 고소하다. 파와 무 부추 등 약간의 야채를 곁들인 조개탕은 애주가의 속풀이로 그만이다.

몇 년 전부터는 명품 요리가 개발됐다. 일명 ‘갈삼구이’ 삼합. 갈미조개와 삼겹살, 콩나물을 불판에 올려 구워 먹는 것. 여기에 버섯과 김치를 곁들여 김이나 묵은지, 무쌈에 싸먹는다. 홍어 삼합을 벤치마킹했지만 갈미조개와 삼겹살의 궁합이 딱 맞는다.

명지 나들목에서 녹산공단 쪽으로 1km 정도 못미처 왼편에 있는 ‘명지선창 회 타운’의 9개점이 갈미조개 요리 전문점. 갈삼구이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명물조개전문점(051-271-3339) 주인 배귀분 씨(54·여)는 “제철 맞은 갈미조개처럼 맛있고 입에 좋은 음식은 보약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명지#갈미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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