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숨은 꽃]톤마이스터 장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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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무대의 맨 구석 자리까지 좋은 소리 보내는게 제 숙제죠”

장은지 씨는 “공간 탐구 및 음색과 밸런스에 대한 여러 시도를 통해 이상적인 소리를 잡아낸다는 점에서 톤마이스터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장은지 씨는 “공간 탐구 및 음색과 밸런스에 대한 여러 시도를 통해 이상적인 소리를 잡아낸다는 점에서 톤마이스터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장은지 씨(39)는 ‘톤마이스터’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대부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다. “그게 뭔데요?”

톤마이스터는 독일어의 ‘Ton(소리)’과 ‘Meister(명인·거장)’를 합친 말로 ‘소리의 전문가’를 뜻한다. 주로 클래식 음악의 녹음을 관장하거나 야외 공연에서 소리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 씨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의 녹음 및 야외 공연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올해 6월 말 독일 베를린의 발트뷔네 야외 콘서트에도 톤마이스터로 참여했다. 거대한 야외 공연장에서 마이크와 스피커 없이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멀리까지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확성 장치의 힘을 빌리되 각각의 악기 소리가 고루 펼쳐지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만들어야 한다. 어떤 자리에서 들어도 과도한 울림이나 소리의 간섭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톤마이스터의 구실이다.

“독일 유학 시절에 발트뷔네 콘서트에 세 번 참여했는데 그때는 녹음 파트였어요. 이번엔 처음으로 확성 분야를 경험했습니다. 스피커를 어떤 식으로 배치하고 마이크 세팅은 어떻게 하는지, 믹서에서 소리를 어떻게 밸런싱하는지를 세심히 보고 왔죠. 공연 3일 전부터 시스템을 차려 놓고 점검하는데 베를린필 톤마이스터가 ‘완전 럭셔리 세팅’이라고 했어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동안 톤마이스터는 악보를 함께 따라가면서 실시간으로 믹서를 만진다. 갑자기 소리가 커지는 부분이나 잘 쓰지 않는 악기가 등장하는 부분을 엔지니어에게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 그는 후반부에 대포 소리를 표현해 강약 차가 큰 차이콥스키 ‘1812년 서곡’의 악보를 펼쳐 놓고 소리를 다듬었다.

“톤마이스터마다 소리를 만드는 특성이 다른데 뮌헨의 야외 공연장에서 만난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톤마이스터는 왼쪽에 놓인 악기는 왼쪽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음향을 디자인하더군요. 오케스트라 단원 전원을 무대에 앉혀 놓고 두 시간 동안 사운드체크를 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어요.(웃음)”

최근 디지털 콘서트홀이나 공연 실황 중계 등이 활성화되면서 톤마이스터의 영역도 넓어졌다. 그는 베를린 필하모니홀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멀티미디어 활용이 많아지면서 홀 구석구석에 카메라를 설치했고 마이크도 화면에 거슬리지 않게 소형으로 싹 바꿨더군요.”

그는 한양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뒤 베를린국립예술대에서 피아노를 배우면서 톤마이스터 과정을 함께 이수했다. 톤마이스터 과정은 공대와 음대 수업을 병행한다. 유학 시절 베를린필 예술제작부에서 인턴을 하면서 연주회 실황녹음과 음반 제작에 참여했고, 상임 지휘자 사이먼 래틀 취임 후 신설된 예술교육 프로젝트(Zukunft@Bphil)에서 음향파트 담당자로도 일했다.

그는 톤마이스터가 되고 싶다면 우선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래식 위주로 듣되 장르 구별 없이 두루 익혀 두는 것이 작업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음악을 예민하게 듣는 귀, 악보를 보는 눈, 기계를 다루는 손까지 세 박자가 맞아야 한다. 대중음악에 비해 클래식 음악은 장소나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건축음향적 지식도 필요하다. 그는 “적은 연봉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정규직으로 자리 잡기가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공연계 숨은 꽃#문화#톤 마이스터#장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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