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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독서人]방귀남 엉뚱남 진지남… 성인동화 작가를 꿈꾸는 ‘국민남편’ 배우 유준상 씨

입력 2012-06-30 03:00업데이트 2012-06-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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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동안 써온 배우 일기장 20권 모아
최근 에세이집 ‘행복의 발명’ 출간
늘 메모하며 읽는 순간 자체를 즐겨요
최근 ‘국민 남편’으로 떠오른 유준상은 “40대 중반을 앞뒀지만 아직도 철없는 소년 같다”며 웃었다. 그는 “책을 통해 어려운 지식을 얻어야겠다는 생각만 버리면 누구든 책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늘 진지하다. 그런데 또 엉뚱해서 지루하지 않다.”

KBS2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에 남자 주인공 ‘방귀남’으로 출연해 ‘국민 남편’으로 부상한 배우 유준상(43). 극중 어머니인 윤여정은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방귀남 역에 그를 추천한 것도 윤여정이었다. 실제의 유준상과 극의 방귀남이 닮았다는 게 이유였다.

서울 정동 카페에서 만난 유준상은 실제로 드라마 속 방귀남이 튀어나온 듯했다. 입을 크게 벌려 치아 전체를 환하게 드러내는 웃음, 유쾌하고 엉뚱하면서도 진지하고 겸손한 말투, 대화 중간에 본인이 작사 작곡했다는 노래를 부르는 엉뚱함까지…. 방귀남이 그렇듯, 함께 있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주도 있었다.

“저 역시 외롭고 힘들 때가 많지만 방귀남처럼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힘들 때마다 ‘준상아 힘내’라고 되뇌는데, 그러다 보면 정말 힘이 나요. 제가 쓴 글이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이렇게 훌륭한 글을 내가 썼다니. 하하.”

인터뷰 내내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을 묻자 아사다 지로의 소설 ‘안녕 내 소중한 사람’(창해)과 밀란 쿤데라의 ‘불멸’(민음사)이라고 답했다. ‘안녕…’의 경우 너무나도 재밌게 읽어 작가의 전집을 다 샀고, 책 중간에 두 아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담은 메모를 남겼다고 했다. 그런데도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았느냐”는 질문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그는 어느 책에서 읽었다는 우화를 들려줬다. 유명한 작가가 서재에서 책을 정리하다 우연히 책 한 권을 꺼내 재밌게 읽었는데, 사실 그 책의 저자가 작가 본인이었다는 내용이다.

“자신이 쓴 책의 내용도 잊어버리는 게 인간이죠. 저도 제가 찍은 영화나 드라마 장면 대부분을 잊어버려요. 하지만 읽을 당시 재미있었고 제게 깨달음을 줬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는 거죠.”
평소 책을 많이 사는 그는 최근엔 ‘넝쿨당’ 촬영장에서 우연히 알랭 드 보통이 쓴 ‘불안’의 강렬한 빨간색 표지를 발견하고 ‘너무 예뻐’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사들인 책들 중 끝까지 읽은 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사놓고 안 보던 책을 어느 날 갑자기 펼쳐 읽었는데,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 있는 거예요. 그러면 감탄하며 밑줄 치고 보죠. 그러고는 또 잊어버려요. 하지만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하기 위해서만 책을 읽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읽는 순간 공감하고 행복할 수 있으면 그것 역시 의미 있는 책 읽기라고 봐요.”

유준상은 최근 펴낸 에세이집 ‘행복의 발명’(열림원)도 독자들에게 그런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책은 그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 쓴 배우 일기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해 만든 것이다. 가정과 일터, 여행지 등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렸다. 그렇게 적어놓은 일기장이 스무 권이 넘는다.

에세이집에는 인용구가 다수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박람회장’과 ‘꿈의 동반’ ‘아빠는 기부스 중’이라는 낯선 책들이 많이 언급돼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인용서적의 정체를 알고 나면 웃음이 터진다. 그가 집필 중인,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들이란다.

그는 “독자들이 내 책을 보고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록하지 않은 모든 것은 사라지죠. 저 역시 오래전 일기를 보며 당시의 상황과 마음가짐이 떠올라 힘을 얻기도 해요. 꼭 완성된 글을 쓸 필요는 없어요. 그냥 낙서하듯 일상을 적다 보면 행복이 바로 옆에 있음을 알게 될 겁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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