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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독서人]개그맨 이윤석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개그-독서 말고는”

입력 2012-06-02 03:00업데이트 2012-06-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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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윤석 씨는 인터뷰 자리에 책 여섯 권을 들고 나왔다. 그는 기사에 소개한 책 외에도 ‘무지개를 풀며’(리처드 도킨스·바다출판사)를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왜 태원이 형이나 경규 형이 될 수 없는지 알게 됐죠. 그분들이 우뇌형 인간이라면, 저는 좌뇌형이거든요. 그동안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자책만 했는데, 이 책을 보고는 저의 단점을 고치기보단 장점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KBS ‘남자의 자격’, tvN ‘화성인 바이러스’ 등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 이윤석 씨(40). 연세대 재학생이던 1993년 MBC 개그 콘테스트를 통해 데뷔한 그는 서울대 출신인 동료 개그맨 서경석 씨와 함께 ‘똑똑한 개그맨’ 이미지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중앙대에서 신문방송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예술전문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년 가까이 개그맨 생활을 하면서 ‘왜 나는 웃음이 빵빵 터지게 진행하지 못할까’가 늘 고민이었다고 한다. 여러 차례 슬럼프와 공백기를 겪으면서 ‘학자나 공무원에 어울릴 사람이 괜히 개그를 시작한 게 아닐까’, ‘영원히 훌륭한 개그맨이 되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하던 그에게 ‘주인과 심부름꾼’(이언 맥길크리스트·뮤진트리)이란 책이 찾아왔다. 좌뇌와 우뇌가 어떻게 협조하고 대결하면서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 왔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경규 형이 왜 나를 좋아하고, 나는 왜 경규 형을 존경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이죠. 매사에 진지하고 모든 걸 명확히 밝히려고 했던, 개그맨으로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제 좌뇌형 성향도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나만의 개그 스타일도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효율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죠.”

2008년 결혼한 아내와 연애를 할 때도 책의 덕을 많이 봤다. 한창 심리학에 ‘꽂혀’ 관련 책들을 읽던 시기였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스티븐 핑커·소소)를 통해 인간의 행동과 그 이면의 마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낼 수 있었다. 연애하던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사랑에 대한 심리였다.

“남성을 바라보는 여성의 마음은 이중적이에요. 섹시하고 강렬한 남성을 원하면서도 부드럽고 보호해 주는 남성도 원하죠. 예전에 연애할 때 전 항상 후자였어요. 심지어 ‘술을 마셔 실수할 수도 있는데, 같이 노래방 가도 될까요?’라고 묻기까지 했죠. 하지만 아내에겐 ‘세게’ 나갔어요. 미리 말도 안 하고 손을 잡기도 하고. 하하.”

이 씨는 하루에 한 권 이상 책을 사고 못 사면 다음 날 두 권을 산다. 인터넷 서점의 플래티넘급 회원이다. 매일 책을 사다 보니 주말엔 주중에 쌓인 ‘포인트’로 책을 살 수 있을 정도다. 제목이 마음에 들거나 평소 좋아하는 저자의 신간이라면 무조건 산다. 책이 도착하면 포장을 뜯자마자 바로 머리말과 목차, 맺는 말을 읽는다. 흥미가 생기면 본문을 읽기 시작하고 끌리지 않으면 덮어 둔다. 그렇게 놔둔 책이어도 언젠가 다시 읽게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늘 집에 있는 제게 딱 맞는 게 독서죠. 학창시절엔 문학과 철학, 나이가 들어서는 과학과 인문학, 최근엔 정치 책을 많이 읽었어요. 사람들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오히려 책을 읽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읽다가 재미없으면 안 읽어도 되고, 꼭 처음부터 읽을 필요도 없어요. 그저 쉽고 편안하게 즐기면 되죠.”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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