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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독서人] 혜민 스님 “삶의 답은 자기 안에…”

입력 2012-03-31 03:00업데이트 2012-05-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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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은 “잘생겼다”는 기자의 말에 “미국에선 전혀 못 듣는데 한국에 오면 그런 얘기를 듣는다”며 소리내어 웃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사랑은 오직 사랑 이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사랑 이외에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충분하며 완전하다.”(‘예언자’ 중 ‘사랑에 대하여’)

사춘기 소년의 가슴은 마구 뛰었다. 절절한 사랑도 인생의 쓴맛도 경험한 적이 없었지만, 그랬기에 ‘충분하고 완전한 사랑’을 말한 칼릴 지브란(1883∼1931)의 시에 더욱 빠져들었다. 대학 입시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던 고교 시절, 소년은 독서실에서 홀로 보낸 많은 밤을 지브란의 시로 마무리하면서 큰 위안을 얻었다.

훌쩍 20여 년이 흘러 그는 승려이자 미국 대학교수가 됐고, ‘청춘 멘토’로서 12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은 20만 부가 넘게 판매돼 온·오프라인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고 있다. 혜민 스님(39)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사랑에 대한 내 신념의 기반이 바로 지브란의 시”라며 얼굴 한가득 웃음을 지었다.

“어릴 적 또래보다 조금 성숙했던 것 같아요. 우연히 서점에서 지브란의 ‘예언자’를 집어든 후로 그의 글에 빠져들었거든요. 인생과 종교에 대한 대목도 좋았지만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죠.”

특히 그는 지브란의 시 ‘결혼에 대하여’ 중 ‘서로에게 따스한 마음을 주되, 모든 것을 내맡기지는 말고, 함께 서 있으되, 서로에게 그림자가 될 만큼 너무 가까이 하지는 말라’는 내용을 읽고는 ‘사랑의 온전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상대방에게 내 모든 걸 기댄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가장한 나의 이기심이라는 것이다.

“저도 연애를 적지 않게 해봤어요. 산전수전 공중전을 거치면서 단맛 쓴맛 다 봤고 치졸함의 끝에도 가봤죠. 그때마다 지브란의 시가 제 마음을 위로해줬어요. 지금 승려로서 더 많은 이들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것도, 또 사랑과 결혼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지브란의 시 덕분이죠.”

지브란의 ‘예언자’가 그로 하여금 사랑을 포함해 인간이 가지는 온갖 감정과 관계에 대해 성찰하게 했다면, 인도의 철학자인 지두 크리슈나무르티(1895∼1986)가 쓴 ‘자기로부터의 혁명’은 그를 본격적인 승려의 길로 이끌었다. 그가 “너무너무 끔찍하게 사랑한다”는 이 책을 처음 읽은 것도 고교 시절이었다.

“그땐 민주화 시위가 잦았어요.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도망 다닌 적도 꽤 있었죠. 그러던 중 이 책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민주화 시위처럼 사회를 변화시키는 게 혁명이라고 믿었는데, ‘자기로부터의 혁명’이라고 하니 신선하고 흥미로웠죠. 무척 어려워서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잠시 잊고 있다가 성인이 된 후 우연히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자기로부터의 혁명’이란 곧 내 마음을 한 발짝 떨어져 그대로 관찰하는 데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마음을 ‘내 것’이라며 붙잡지도, 판단하지도 않고 그저 바라보다 보니 어느 순간 온전한 ‘내’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한번도 부처이지 않은 적이 없었으나, 그저 ‘나’ 스스로 만든 상념들 때문에 그 사실이 잠시 가려졌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 출가를 결심했다.

그가 트위터에 올리는 메시지도 결국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조언이다. “사실 저를 젊은이들의 멘토라고 하면 참 부끄러워요. 저는 결코 그들의 멘토가 될 수 없어요. 저는 저의 멘토일 뿐이죠. 괜히 다른 이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각자의 마음 소리를 들어보세요. 내 삶의 답은 내 안에 있으니까요.”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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