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8>청천벽력(靑天霹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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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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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푸를 청 天: 하늘 천 霹: 벼락 벽 靂: 벼락 력

생각지도 못한 돌발사고나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비유한다. 청천(靑天)은 청천(晴天)과 같으니 맑은 하늘의 날벼락이란 의미다.

남송(南宋)의 애국 시인 육유(陸游)는 자는 무관(務觀)이고 호는 방옹(放翁)이며, 금나라가 쳐들어왔을 때 살았던 시인으로 그는 중원을 함락시킨 이민족에 맞서 싸우자고 부르짖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실의 속에서 국토가 회복되기만을 바라며 살아갔던 애국시인이다. 9000여 수나 되는 그의 시에는 대체로 현실에 대한 고뇌와 비분강개한 심정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청천벽력’이라는 말은 그의 오언고시 ‘9월 4일 닭이 울기 전에 일어나 짓다(九月四日鷄未鳴起作)’에 나온다. “나 방옹은 병이 들어 가을을 지내다가,/홀연히 일어나 술 취한 먹으로 짓는다/마침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용과 같이/푸른 하늘에 벼락이 휘몰아친다/비록 괴기하게 떨어졌다고 말하지만/한참 동안 참고 묵묵히 있으려고 한다/하루아침에 이 늙은이가 죽으면/천금을 가져와도 얻지 못하리(放翁病過秋, 忽起作醉墨. 正如久蟄龍, 靑天飛霹靂. 雖云墮怪奇, 要勝常憫默. 一朝此翁死, 千金求不得).”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은 가을이 끝나 갈 무렵인 음력 9월이다. 여름에서 늦가을까지 병마에 허덕인 육유는 어느 날 병을 이겨 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치 술에 취하듯 흥겹게 붓을 놀리려 하지만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 그의 몸처럼 음습한 분위기가 이 시의 전반적인 느낌이다. 삶의 의미를 손아귀에 움켜쥐려는 강한 의지력도 지금 상황에서는 무기력해 보인다. 이 시에서 ‘용(龍)’은 자신을 비유하는데, 용이 하늘로 올라갈 때 모습은 벼락과 같다고 한다. 물론 병마를 겪은 그가 어떻게 해 볼 도리는 거의 없다. 자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떨어보는 너스레도 역시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물론 그의 몸이 힘겹지만 삶에 대한 태도는 엄숙하고 진지하다. 다만 현실에 짓눌려 있는 작자의 움츠린 모습이 이 작품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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