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1>교결호협(交結豪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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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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交: 사귈 교 結: 맺을 결 豪: 호걸 호 俠: 호협할 협

활달한 성품을 비유하는 말이다. 유비를 평한 말로 정사 삼국지 촉서 ‘선주전(先主傳)’에 나온다. 유비는 성이 유(劉)이고 휘(諱·이름에 대한 존칭)는 비(備)이며 자는 현덕(玄德)이다. 탁군(탁郡) 탁현(탁縣) 사람으로, 한(漢)나라 경제(景帝)의 아들 중산정왕(中山靖王) 유승(劉勝)의 후예라고 되어 있다.

그는 몰락한 왕족의 후예로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짚신과 자리를 엮어 생계를 꾸렸다. 그의 집 동남쪽 울타리 옆에는 뽕나무가 있었는데, 무성한 나뭇가지가 작은 수레 덮개와 같아 오가는 사람들이 이 나무를 기이하게 여겼다. 유비는 나뭇가지 모양을 보면서 “나는 반드시 (이런 나뭇가지 모양 같은) 깃털로 장식한 천자(天子·최고 통치자)의 수레를 탈 거야”라고 하다가 작은아버지인 유자경(劉子敬)에게 경망스러운 말이라 하여 호된 꾸지람을 듣곤 했다.

그는 열다섯 살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학비도 친구의 아버지가 대주었을 정도로 빈한했다. 자신의 눈으로 자기 귀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귀를 가진 그는 평소 말수가 적고 아랫사람들에게 잘 대해 주며 기쁨이나 노여움을 얼굴에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교결호협’하는 그의 기질로 인해 젊은이들은 다투어 그와 가까이 하고자 했다. 중산(中山)의 큰 상인 장세평(張世平)과 소쌍(蘇雙)이 그의 인물됨에 반해 천금의 재산을 주었을 정도로 성품이 좋았다. 때를 기다리는 효웅(梟雄·사납고 용맹스러운 영웅)이었던 유비는 황건적의 난을 토벌하는 데 공을 세웠다. 유비의 인물됨을 알아본 조조가 그에게 “지금 천하에 영웅이 있다면 당신과 나뿐이오. 원술 같은 사람은 그 안에 들지 못하오”(‘선주전’)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유비는 들고 있던 숟가락과 젓가락을 일부러 떨어뜨리면서 놀라는 척했다. 조조에게 어수룩하게 보이려는 뛰어난 위장술이었다. 섣부른 임기응변이나 책략은 제왕학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유비의 삶은 도량과 강인한 의지에 기초한 인간관계술에서 제왕학이 나온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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