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세번째 은퇴 콘서트도 괜찮아, 오지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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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오지 오스본 홈페이지
사진 출처 오지 오스본 홈페이지
2018년 9월 18일 맑음. 오지니까.
#294 Ozzy Osbourne ‘Mr. Crowley’ (1980년)


8일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주말 저녁 교통량 폭증 탓에 목적지인 롱아일랜드의 존스비치까지는 2시간 가까이 걸릴지 몰랐다. 그래도 그날 난 반드시 그곳에 가야만 했다.

영국 출신 로커 오지 오스본(70·사진)의 콘서트를 놓칠 수는 없었다. 우버 탑승 20분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신나게 마신 커피와 와인 탓. 답답하게 시야를 가린 차량의 미등 행렬을 보면서 오스본의 노래처럼 선로를 이탈해 ‘Crazy Train’에라도 탑승하고 싶어졌다. 다리를 배배 꼬는 긴박감 속에 필사적으로 자기 최면을 걸었다. ‘졸리다, 나는 지금 당장 미칠 듯 졸리다….’

잠에서 깨어보니 우버는 기적처럼 막힌 도로를 벗어나 질주 중…. 저 멀리로 해안에 면한 노천극장의 환상적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오스본은 요즘 마지막 세계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투어 제목은 ‘노 모어 투어스(No More Tours) 2’. 1990년대 이미 한 차례 은퇴 선언을 하면서 그는 이미 ‘노 모어 투어스’ 투어를 써먹었다. 은퇴 번복 후 20년 넘게 더 활동한 오스본이 이번엔 슬며시 뒤에 ‘2’자를 붙였다. 공연장에서 파는 티셔츠 중엔 뒷면에 이렇게 적힌 것도 있었다. ‘노 모어 투어스 2: 이번엔 진짜라니까.’

잠시 후 시작된 공연에서 난 다시 이 마법사와 사랑에 빠졌다. 박력 있는 첫 곡 ‘Bark at the Moon’이 끝날 때쯤 해변 공연장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d단조의 장중한 바로크풍 오르간. ‘Mr. Crowley’다! 비장한 전주가 끝난 뒤, 잠시 뜸을 들인 오스본이 비극적 하향선율로 ‘미-스터 크롤-리’를 소환했다.

무대 뒤 검은 바다가 빗속에 일어설 듯했다. 만화 속 악마 백작의 연주 같은 과장된 건반, 음울한 보컬 멜로디, 하향 분산화음을 빠르게 질주하는 24연음의 기타 솔로까지….

기타리스트 잭 와일드의 폭우 같은 연주에 맞춰 오스본은 그 악천후에도 전매특허인 객석에 물 뿌리기를 시작했다. 백기를 들고 싶어졌다. 정말이지, 이제는 ‘노 모어 투어스 3’를 기다린다며. 오지, 당신은 아직도 정말 오지니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영국 로커#오지 오스본#세계 순회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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