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빠삐용… 또 들어도 애잔한 갈구의 선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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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영화 ‘빠삐용’의 사운드트랙 음반.
1973년 영화 ‘빠삐용’의 사운드트랙 음반.

2018년 3월 6일 화요일 맑음. 나비. #280
Jerry Goldsmith ‘Theme from Papillon’ (1973년)

‘악마의 섬’이 있다.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해안에 위치한 섬이다. 중범죄자들을 수용했던 곳이다. ‘드레퓌스 사건’으로 유명한 알프레드 드레퓌스도 여기서 복역했다. 또 하나의 유명 죄수가 앙리 샤리에르다. 그는 출소 뒤 경험을 되살려 소설을 썼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작품명은 ‘빠삐용’이다.

그러고 보면 이 악마의 섬은 두 가지 선율로 기억된다. 하나는 미국 헤비메탈 밴드 메가데스의 곡 ‘Devil‘s Island’. 보컬 데이브 머스테인은 섬에 대해 이렇게 노래한다. ‘오, 탈출이란 없지/바다엔 상어가 가득하고/조수는 당신을 몰아쳐서 바위에 내다꽂지.’ 섬에 영원히 구금된 절망을 메탈 사운드에 담은 곡이다.

다른 하나는 들을 때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애잔한 연주곡이다. ‘Theme from Papillon.’ ‘패튼 대전차 군단’ ‘오멘’ ‘차이나타운’ 같은 영화에 선율을 입힌 영화음악가 제리 골드스미스의 작품이다.

영화 ‘빠삐용’을 최근 주말 TV에서 다시 봤다. 꼬마 때는 졸면서 견뎠던 2시간 반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컴컴한 독방에서 바퀴벌레를 잡아먹거나 아찔한 해안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말고도 볼거리가 많았다. 누명을 쓰고 끌려온 앙리(스티브 매퀸)와 드가(더스틴 호프먼)의 우정이라든가, 자유에 대한 갈망 같은 감정의 전개가 서스펜스 요소와 잘 어우러졌다. 가슴에 나비 문신을 해 빠삐용(프랑스어로 나비)이란 별칭을 가진 앙리가 동료 죄수들과 나비 채집을 하는 장면은 이상하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

불행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포기하기 쉽다. 그런데 앙리는 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을까. 그가 꿈꾼 것은 복수일까, 자유일까. 듣기만 해도 고달파지는 빠삐용의 테마를 틀어놓고 생각한다. 섬이라고 믿고 살아온 여기가 혹시 육지는 아닐까. 육지인 줄로만 알았던 지금 이곳이 실은 섬이 아닐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악마의 섬#빠삐용#밴드 메가데스#보컬 데이브 머스테인#제리 골드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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