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 노트]다시 문학 속으로… 노랫말의 귀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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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8일 화요일 맑음. 시인 겸 극작가 겸…. #225 Kate Tempest ‘Chicken’(2014년)

  ‘워이야아아 워∼우 워∼ 아이야∼.’

 독일 음악가 이니그마의 ‘Return to Innocence’(1994년)가 떠올랐다. 노래를 여는 대만 원주민 아미족의 저 전통 민요 소리.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보고서 말이다.

 시와 노래는 본디 하나였다. 제사 때 읽는 축문이나 그레고리안 성가, ‘청사∼∼∼안리∼ 벽계∼∼ 수야∼’ 하는 우리 전통 시조를 들어보면 그런 확신이 선다. 드넓은 광야를 울리며 구전되던 소리에 가깝던 문학은 금속활자 발명, 인쇄술의 발달, 대중언어의 보편화로 선악과를 따먹은 뒤 책 속에 날아들어 갇혔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의 세계로 감금됐다. 출소란 불가능해 보였다. 감옥이 곧 집이요, 고향이 된 것이다.

 딜런의 노랫말에 담긴 은유를 척척 해석할 정도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데다 문학엔 문외한인 나로선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힘들지만 노벨상의 파격을 보며 봉인된 문에서 ‘삐걱!’ 소리를 들은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케이트 템페스트(31·사진)는 영국의 시인 겸 극작가다. 게다가 래퍼다. 그는 20대에 낭송 작품 ‘Brand New Ancients’로 테드 휴스 문학상을 받았고 2014년 데뷔 앨범 ‘Everybody Down’으로 영국 최고 권위의 음악상인 머큐리 프라이즈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올랐다.

 남녀를 막론하고 독특한 지성을 지닌 이에게 끌린다. 템페스트는 유별나다. 테일러 스위프트나 로드 같은 젊고 창작력 좋은 다른 여성 싱어송라이터조차 갖지 못한 매력 말이다.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이들로 그는 아일랜드 태생의 작가 사뮈엘 베케트, 제임스 조이스와 미국 힙합그룹 우탱클랜을 나란히 언급한다. 대충 말린 듯한 노란 곱슬머리 아래 주근깨 난 얼굴로 바지춤에 대충 손을 찌른 채 통나무 패듯 각운을 툭툭 던지는 템페스트. 약동하는 힙합 리듬 위에 걸터앉은 그 랩 또는 시는 투박해서 중독적이다.

  ‘끝의 시작이 아니야/당신 자신을 향한 회귀지/순수를 향한 회귀’(‘Return to Innocence’)

 문학이 돌아가려 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kate tempest#독일 음악가#return to inno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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