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지산에서 곧 만날 ‘티건 앤드 세라’ 자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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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6월 29일 수요일 흐림. 남자의 여자의 여자. #214 Tegan and Sara ‘Boyfriend’(2016년) 》

최근 신작을 낸 캐나다의 쌍둥이 자매 듀오 티건 앤드 세라.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최근 신작을 낸 캐나다의 쌍둥이 자매 듀오 티건 앤드 세라.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선배, 근데 선배 솔직히 게이죠.”

거의 습격이었다. 몇 년 전 어느 날 저녁, 서울 인사동의 허름한 주점. 같이 막걸리를 마시던 여자 후배 A의 느닷없는 질문에 난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왜애?” 왜라니. 뭔가 느낌이겠지. “그냥요. 그냥 느낌이.”

그날 그 친구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왜 그런 질문을 하냐는 내 질문에 뭐라고 답했는지, 답을 하기는 했는지조차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내가 그 질문에 “아냐”라고 답했는지, 아니면 “맞다면, 그래서, 어쩔래”라 답했는지조차도.

‘넌 날 남자친구처럼 대해/베스트 프렌드처럼 믿어주고/남자친구에게 하듯 키스하지/베스트 프렌드에게처럼 전화해서는/남자친구에게 하듯 날 두근대게 만들어…’(티건 앤드 세라 ‘Boyfriend’ 중)

1980년 어느 날 캐나다 캘거리에서 티건 퀸과 세라 퀸은 불과 8분 차이로 태어났다.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좀 억센 언니들처럼 생긴 이 쌍둥이 자매 듀오는 감각적인 신시사이저 팝을 제대로 만들어낼 줄 안다. 전작 ‘Heartthrob’로 캐나다의 그래미상인 ‘주노 어워드’를 3개나 받았다. 2년 만인 이달 초 나온 반짝이는 신작 ‘Love You to Death’의 색감에 어울리는 건 지하철 노선이 3개 이상 있는 대도시의 천장 높은 커피숍에서 하는 이별과 사랑 이야기쯤.

티건과 세라는 레즈비언이다. 각자 여자친구를 사귄다. 서로 닮은 두 여자가 선머슴처럼 짧은 머리에 짙은 눈 화장을 하고 붙어 선 프로필부터가 어쩐지 좀 야릇하다. ‘Boyfriend’는 이런 분위기에 꼭 맞는 주제가다.

노래 속 화자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친구와 막 사랑에 빠진 여자. 여자는 자신을 당당하게 ‘내(가 사랑하는) 여자친구’라고 공식화하지 못하는 그 여자와의 관계를 이렇게 묘사한다. ‘룰이 뭔지도 헷갈리지만 멈출 수 없는 눈물범벅 게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노랫말을 썼다는 세라는 이렇게 설명한다. “가사 속 ‘남자친구’가 들어갈 자리에 왜 ‘여자친구’를 넣지 않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난 동성애자가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고 관계 속 성역할에 대해 비틀어 얘기하고 싶었다.”

이 똑똑하며 관능적인 자매의 공연은 다음 달 경기 이천에서 열리는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티건 앤드 세라#heartthrob#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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