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한류를 이끄는 학자들]<4>김경현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동아시아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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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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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화 거장, ‘하녀’에 푹 빠졌듯… 한국영화 묘한 매력 美에 퍼져

《 영화 ‘좋은 친구들’로 유명한 미국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지난해 10월 미국 듀크대 출판부가 출간한 책 ‘잠재적 한류: 세계화 시대의 한국영화(Virtual Hallyu: Korean Cinema of the Global Era)’에 서문을 썼다. 여기서 그는 홍상수 봉준호 등 감독 12명의 이름과 작품을 일일이 대며 한국영화를 극찬했다. 책의 저자에 대해서는 “그는 지난 10년간 드물게 비약적으로 발전한 한국영화를 보는 시야를 넓혀줬다”고 칭찬했다. 》
미국에서 한국 영화를 연구해온 김경현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두 권의 단독 저서를 듀크대 출판부에서 냈는데, 수많은 출판 요청 가운데 한국 영화 관련 책이 선택됐다는 것만으로도 미국 내 한국 영화의 위상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미국에서 한국 영화를 연구해온 김경현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두 권의 단독 저서를 듀크대 출판부에서 냈는데, 수많은 출판 요청 가운데 한국 영화 관련 책이 선택됐다는 것만으로도 미국 내 한국 영화의 위상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스코세이지 감독이 말한 ‘그’는 미국에서 한국영화를 연구하는 김경현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I) 동아시아어문학과 교수(43)다. 방학을 맞아 방한한 김 교수를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만났다.

그와 스코세이지 감독을 이어준 인물은 미국 여배우 베라 파미가. 그는 김 교수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한국영화 ‘두 번째 사랑’과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디파티드’에 출연했다. 2006년 파미가는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김 교수의 저서 ‘한국영화의 재(再)남성화’를 선물했고, 이 책을 읽은 그가 김 교수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 ‘하녀’를 보고 싶어 한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김 교수가 필름 프린트를 구해주자 그는 “영화사상 걸작 중의 걸작”이라며 감탄했다. 하지만 원본은 20분가량 유실되고 나머지도 화질이 조악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자신이 운영하는 세계영화재단(WCF)을 통해 한국영상자료원에 8만 유로(약 1억2000만 원)를 지원해 ‘하녀’를 디지털 복원했고 2008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다.

한미 영화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김 교수는 재미동포 1.5세. 초등학교 4학년 때 건설사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외국인학교를 다녔고 15세 때부터 미국에서 성장했다. 청소년기 해외를 떠돌다 보니 친구가 많지 않았다. 자연스레 영화에 빠졌다. 장뤼크 고다르 감독 등의 프랑스 영화를 섭렵했다.

영화이론을 배우기 위해 1992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대학원에 진학한 그에게 한국영화학을 개척하라고 이끈 스승은 비평학자 데이비드 제임스 교수였다. 김 교수와 제임스 교수가 주축이 되어 1996년 USC에서 ‘임권택 영화제’와 학술대회를 열었다. 당시 국내외 학자들이 모여 발표한 글과 임 감독 인터뷰를 엮어 2002년 미국에서 ‘임권택, 민족영화 만들기’를 출간했다. 한국영화 관련 서적으로는 미국에서 처음 나온 단행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강사에 이어 1997년 UCI 교수로 취임한 뒤 ‘한국영화와 성(gender)’, ‘한국영화와 작가주의’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해왔다. 한 강좌 수강생 수가 지금은 70여 명에 이른다. 고교 시절 박찬욱 이창동 감독 등의 영화를 섭렵하고 온 학생들이 상당수다. “한국영화는 할리우드 영화를 미학적으로 가장 성숙하게 재생산한 모범사례로 꼽힙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췄고, 포스트모더니즘을 정치사회적 환경과 절묘하게 결합한 점도 매력으로 받아들여지죠.”

현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으로 2010, 2011년 UCI에서 개최한 한국 대중문화 콘퍼런스 결과물을 영문 교재로 엮고 있다. 내년 봄 ‘한국 대중문화 교재’라는 제목으로 발간될 이 책은 국내외 학자 20여 명이 참여해 일제강점기부터 한국 대중문화사 100년을 정리한다.

해외 한국학자로서 김 교수의 목표는 북한영화까지 총망라한 한국영화사를 써 세계에 한국영화를 체계적으로 알리는 것. 1970년대의 한국 대중문화를 다룬 책도 구상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어두웠지만 영화, 드라마, 가요, 만화 등의 대중문화가 대중에게 즐거움을 준, 연구 가치가 있는 시대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대중문화 한류가 외국인들의 한국학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높이 봤다. “제가 프랑스 문화에 관심을 가진 것도 어릴 때부터 본 프랑스영화 덕분이에요. 미국 대학의 일본문화 수업은 하루키 소설에 빠져서 온 학생들이 태반이고요. 한국 대중문화에 심취하면 관심이 언어 역사 정치 사회로 다변화될 수 있어요. ‘빅뱅’의 멜로디 하나가 해외 한국학이라는 구슬을 꿰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거죠.”

:: 김경현 교수는 ::

△1969년 서울 출생 △미국 오벌린대 학사(정치학, 중국학)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영화TV대학(현 영화예술대학) 석사·박사(비판이론) △199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동아시아어문화과 강사 △1997년∼현재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동아시아어문학과 교수(2003년부터 영화미디어학과 교수 겸임) △2004∼2007년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영화비디오센터(시네마테크) 디렉터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한국학#한류#김경현#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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