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Less 10 More… 癌을 이기는 식탁]<11>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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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도 뛰어나고 항암 효과도 굿, 콩 심은 데 건강 난다

콩국수는 여름철 보양식이지만 만들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우리콩두부를 갈아 만들면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조리 사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콩국수는 여름철 보양식이지만 만들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우리콩두부를 갈아 만들면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조리 사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김초시네 전 머슴 춘돌이는 콩을 구워먹는 아이들 틈 속에 끼어든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뭇가지로 땅을 치며 범버꾸 범버꾸를 외치라 한다. 아이들은 콩을 집지도, 씹지도 못한다. 그 사이 춘돌이는 구운 콩을 몽땅 먹는다. 아이들은 그래도 마냥 즐거워한다.’(오영수의 ‘요람기’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게 좋아 보이면 ‘콩깍지가 씌었다’고 한다. 나눔의 미학은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로, 거스를 수 없는 진리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한다.

콩은 우리 민족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콩과 관련된 속담만도 10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요즘 콩을 ‘신데렐라’와 비유하기도 한다. 계모와 계모 딸에게 온갖 구박을 받다가 유리구두가 인연이 돼 왕자와 결혼한 동화 속 주인공 신데렐라처럼 급격한 신분 상승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콩을 ‘신데렐라’에 비유한 이유는 뭘까. 그 성분과 효능이 최근에 와서 더욱 확실히 입증됐기 때문일 것이다. 식품영양학자들은 “수많은 식품 가운데 콩처럼 완벽한 식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한민족 지혜 담긴 건강 묘약

콩의 성분과 효능은 다른 어떤 식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구하기 쉽고 먹기 쉽고 소화도 잘된다.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은 물론이고 항암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각종 암의 발생 원인이나 치료법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전통 발효 음식이 암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발효음식의 한가운데에 있는 게 바로 콩이다. 콩 속의 이소플라본은 식물 에스트로겐으로 여성의 유방암, 뼈엉성증(골다공증), 남성의 전립샘 비대 및 암 예방에 좋다.

대한폐경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폐경 여성 30명을 세 그룹을 나눠 6개월 동안 각각 100mg, 150mg, 200mg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하게 한 뒤 호르몬 변화와 폐경기 증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83.8%가 안면홍조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69.2%는 전신 피로감 개선, 54.5%는 관절염 개선 효과를 보았다.

세계 장수촌 중 하나인 남미 에콰도르의 작은 마을 빌카밤바는 질병 없는 ‘면역의 섬’이다. 이 지역 장수노인들의 건강 묘약은 역시 콩이었다.

원광대 보건대학원도 우리나라 장수마을을 조사한 결과 콩과 마늘 수확량이 많을수록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콩 단백질에 혈관 보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제품에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콩은 그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이다.

콩 요리만 1000가지

콩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끝이 없으나 현재까지 1000여 가지로 알려지고 있다.

두부 청국장 콩나물…. 특히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콩을 재료로 한 발효식품은 우리 민족의 ‘거대한’ 발명품이다. 항암 성분을 비롯해 우리 몸에 유익한 갖가지 성분이 들어 있는 최고의 자연 식품이다. 중국에서 290년에 발간된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도 ‘고구려인은 장 담그고 술 빚는 솜씨가 훌륭하다’고 적었을 정도다.

다양한 요리도 개발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두부샐러드, 두부아이스크림, 두부스테이크 등 신메뉴 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콩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매년 줄어 전체 콩 수요량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게 됐다. 반면 소비자들은 수입산 콩의 잔류농약 및 안전성 때문에 가격이 비싸도 국산 콩을 선호하는 추세다.

헬렌 니어링은 ‘소박한 밥상’에서 ‘아직은 대기업이 공기와 햇빛, 잠, 휴식, 맑은 물을 독과점하지 않지만, 세계인이 먹는 음식은 많은 부분을 독과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우리의 콩 시장 전체가 외국의 자본과 기술에 잠식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식용 콩 자급 50% 달성 계획을 내놓은 것이 1998년. 그로부터 10년을 넘겼는데도 식용 콩 자급률은 예나 지금이나 30% 선에서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최근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식(食)사랑 농(農)사랑 운동’은 우리의 땅에서 재배 생산되는 농산물이 우리의 건강을 지킨다는 생명운동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우리의 건강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 있다.

너무도 쉬운 콩 요리

여름철 콩 음식 중 대표적인 게 콩국수다. 예나 지금이나 입맛이 없고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여름이면 더위에 지친 심신에 활력을 주는 보양식이다. 하지만 콩을 물에 담가 껍질을 벗긴 뒤 삶아 다시 블렌더에 곱게 가는 일은 바쁜 현대인에게 번거롭다. 이럴 때 두부를 사용하면 간단하고 고소한 콩국수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우리 콩으로 만든 신토불이 두부가 더욱 고소하다는 사실만은 염두에 두자.



이기진 기자·한중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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