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Less 10 More… 癌을 이기는 식탁]<8>탄 음식이 당신의 속을 태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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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 뒤에 도사린 검은 악마, 그을린 불판 이젠 굿바이!

나들이 계절이다. 한국인이 나들이할 때 꼭 챙기는 물건이 있다. 석쇠와 숯이다. “제대로 고기 맛을 즐기려면 숯”이라는 말에 누구나 공감한다.

숯불에 구운 고기는 숯향 때문에 풍미를 더한다. 특히 참나무로 만든 숯불에 순식간에 구워낸 고기 맛은 최고다. 상추에 쌈장 또는 기름장을 찍은 고기 한 점 올려놓고 고추와 마늘까지 곁들여 한 입에 쏙!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하지만 그런 기막힌 맛 뒤에 우리는 씁쓸한 경고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대화를 나누거나 술잔을 돌리다가 고기에서 잠시 눈을 떼는 순간, 고기가 시커멓게 타기 일쑤다. 타버린 고기 앞에서 우리는 식탐과 발암(發癌) 위험을 놓고 갈등해야 한다. 일행 중 부지런한 사람이 있다면 탄 부위를 일일이 잘라내겠지만 어찌 그것만 기대할 수 있으랴. 한국인의 무한한 숯불사랑 뒤에 ‘작은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

탄 음식은 철저히 경계해야

대한암협회가 최근 발표한 ‘암 예방 수칙 14가지’ 중 하나가 ‘불에 직접 태우거나 훈제한 생선과 고기는 피하라’는 것이다. 협회는 불에 직접 태우는 조리법은 피하고 탄 부분은 반드시 잘라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훈제한 생선과 고기도 지나치게 섭취하지 말도록 당부했다.

고기나 생선 같은 단백질 음식이 타면 발암물질이 생성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 국제암연구소는 육류나 생선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거나 훈제할 때 PAH(다환상 방향족 탄화수소), 헤테로 시아클릭아민, N-니트로소화합물 등 발암성 물질을 생성한다고 밝혔다. PAH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비슷한 성분이다. 벤조피렌은 담배에 들어 있는 독성 물질이다. 특히 고기를 석쇠나 숯불에 직접 구우면 발암물질이 최고 수백 배나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휴일인 20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식당가 건물. 공교롭게도 같은 층에 수육집과 숯불구이집이 함께 입주해 있다. 북적대는 숯불구이 집에 반해 수육을 파는 식당은 한가하기만 하다. 단지 맛이 없다는 이유 때문일까.

사람 찾는 시늉으로 숯불구이 식당 안을 두세 차례 오가며 불판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어림잡아 손님들의 불판 위에 있는 고기 중 10%는 탄 상태였다.

돼지고기든 쇠고기든 적당하게 고기를 굽는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야외에서는 온도 조건을 맞추기가 더 힘들다. 여건에 따라 숯불 온도가 수시로 변하고 고기에서 흐르는 기름까지 범벅이 된다. ‘낭만’으로만 포장하기엔 너무도 위험한 탄 음식들이다.

[채널A 영상] ‘암을 이긴 의사’ 홍영재가 말하는 ‘4대 항암음식’

굽는 문화서 찌거나 삶는 문화로

이현규 한양대 교수(식품영양학과)는 “가급적 찌거나 삶은 고기를 섭취하는 게 좋지만, 설령 굽는다고 해도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함께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소와 과일 등 항산화물질을 많이 먹으면 유해물질이 밖으로 배출되거나 독성이 상쇄되기 때문이다.

10년 전 위암 3기 판정을 받은 이모 씨(49·공무원)는 요즘 동창모임에 가면 소주 서너 잔은 거뜬히 마실 정도로 회복됐다. 의사에게서 완치됐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지키는 식습관이 있다. 고기는 절대 굽지 않고 찌거나 삶아 먹는다.

그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작은 식습관이 건강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이 씨의 고교 친구들도 그를 배려해 구이집을 약속 장소로 잡지 않는다.

8년 전 암 2기 판정을 받고 완치된 전모 씨(56·사업)는 닥치는 대로 먹는 습관이 있다. 물론 숯불구이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찾는 숯불구이 식당은 딱 한 군데다. 항상 가지무침을 반찬으로 내놓는 곳이다.

그는 “항암에 좋은 여러 음식을 먹어 보았지만 특히 가지의 보라색에 들어 있는 물질(식물활성영양소)이 항산화 작용 및 발암물질을 해독하는 역할을 한다”며 “고기를 먹을 때 가지를 함께 먹으면 마음도 편해져 더욱 건강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집에서 고기를 먹을 때에는 항상 가지와 함께 쪄서 먹는다.

최민수 우송대 교수(외식조리학부)는 “탄 고기의 유해성이 알려진 뒤 세계 유명 레스토랑에서는 저온조리법으로 익히는 조리법이 일상화됐다”며 “신선한 육류는 아무런 재료 없이 소금만 넣고 삶아도 재료 본연의 맛이 나는 최고의 요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기진 기자·한중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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