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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이달에 만나는 詩]몸으로 몸을 일으키는 오뚝이처럼… 슬픈 인생이여!

입력 2014-09-04 03:00업데이트 2014-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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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말하는 자는 ‘저녁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낮의 소란과 소동이 사라진 저녁에 노동에서 놓여난 ‘빈손’을 문득 들여다보면, 혹은 버려진 듯한 ‘두 손’을 모으면, 무엇인가 간절해지고 슬퍼지고 적막해지고 그리워지는 기분에 감싸이는, 그런 저녁을 가진 인간의 초상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이달에 만나는 시’ 9월 추천작은 김행숙 시인(44·사진)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다. 1999년 등단해 올해 등단 15년 차를 맞은 시인이 내놓은 네 번째 시집 ‘에코의 초상’(문학과지성사)에 실렸다. 강남대 국어국문과 교수인 김 시인은 비슷한 시기에 첫 시집을 출간한 황병승 김경주 김민정 시인 등과 함께 미래파로 불리며 한국 현대 시 변화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추천에는 김요일 신용목 이건청 이원 장석주 시인이 참여했다.

김 시인은 오뚝이를 떠올리며 시를 썼다. 그는 “문득, 마냥 끄덕끄덕하기만 하는 오뚝이에게는 팔도 없고 손도 없구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상하게 그게 그렇게 슬프게 느껴졌다. 손으로 몸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몸을 일으키고 넘어지는구나, 그런 생각”이라고 했다.

오뚝이는 어린아이의 장난감이다. “우리가 모두 연약한 어린아이였다는 사실, 그 모든 기억들이 어느 날 저녁의 풍경 속으로 들어왔어요. 빈손을 가슴에 묻고, 가슴에 모은 존재들의 그 무력한 기도를 밤의 침묵 속에서 들은 것 같았어요. 그렇게 손을 모으는 저녁이 있었어요.”

장석주 시인은 “김행숙의 시들은 항상 낯설다. 이 낯섦은 시에 대한 친숙함의 기대를 배반하고, 독자를 시 바깥으로 튕겨나가게 한다. 그 낯섦에 흠칫 놀라지만, 우리는 그 눈부심에 다시 이끌린다. 김행숙의 낯섦은 세계의 다양한 존재들이 내는 목소리에도 또렷하다. 시인은 이 낯섦 속에, 혹은 낯섦의 방식 속에 자신의 초상과 당대의 초상을 겹쳐놓는다”며 추천했다.

이원 시인은 “감각으로 세계를 직조하는 김행숙이 ‘인간의 시간’에 닿았다. 투시라기보다는 돌파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김행숙 시의 터닝포인트다”고 했다. 신용목 시인은 “한 개인의 정면으로 화살처럼 날아오는 세계의 이물감을 가장 물컹한 육체의 방패로 견디고 있는 시”라며 추천했다.





김요일 시인은 김이듬 시집 ‘히스테리아’(문학과지성사)를 추천하며 “김이듬의 시 세계는 불경스럽고 음탕하며 불안하다. ‘히스테리아’ 속에 등장하는 ‘비정상·보균자·변태·병신’의 찌그러진 신음들이 대위법처럼 교차하며 아프게 아름다운 몽환의 서정을 그려낸다”고 했다.

이건청 시인은 최금진 시집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창비)을 꼽았다. “이 시집은 특이한 개성을 보여준다. 정제되지 않은 것 같은 이미저리(Imagery)들이 그의 시 속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고, 상호 투사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런 시인의 시도가 상상의 외연을 넓히고 있고, 낯선 광채를 지닌 문체를 만든다. 시인이 자신의 문체를 이뤄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최금진의 시에서 시의 빛과 힘을 본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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