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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이달에 만나는 詩]20, 30대때 호되게 앓은 성장통… 지나고 나서 보니 엄살이었더라

입력 2014-07-03 03:00업데이트 2014-07-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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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늪지대에서 두 그루의 식물이 만난다. 늪지대는 어딘가 쓸쓸하고 슬픔이 깃든 곳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자리만 지키는 식물끼리의 만남은 무가치해 보이지만 그 사이에도 두근거림이, 깊은 교류가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감히 생각할 수 없을 뿐이다. 외로움이 깊이 새겨진 시적 화자는 늪의 식물에서 샤워하는 연인을 연상한다. 모르는 슬픔이 나 몰래 옷을 벗고서야 화자는 민낯으로 사랑을 한다.

‘이달에 만나는 시’ 7월 추천작은 박진성 시인(36·사진)의 ‘물의 나라’다. 2001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 6년 만에 내놓은 세 번째 시집 ‘식물의 밤’(문학과지성사)에 실렸다. 추천에는 김요일 신용목 이건청 이원 장석주 시인이 참여했다.

박진성 시인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면서 성장통을 호되게 앓았다. ‘나는 많이 아파.’ ‘이런 나를 누가 좀 알아줬으면 해.’ 시인이 집중하는 대상은 오직 자신뿐. 2년 전 산문집 ‘청춘착란’을 냈을 때 이성복 시인이 엽서를 보내왔다. ‘인생이 이미 병인데, 그 안에서 다른 병을 앓지 말기를.’ 짧은 한 문장이 시인을 깨웠다.

“아플 당시에는 절박했지만 지나고 보니 엄살이었다는 걸 알았다. 예전엔 나의 아픔만을 토로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희미하거나 안 보이는 것들의 아픔을 감지하려는 노력이 담겼다. 전체적으로는 슬픈 정서지만 그 안에서 희망과 사랑을 얘기하려 했다.”

이원 시인은 “언제나 고통의 편이었던 박진성은 ‘애도의 윤리’에 이르렀다. 그만이 해낼 수 있는 애도는 느낄 수 있을 뿐 만져볼 수 없는 시간들을 내내 만나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요일 시인은 “박진성 시인의 밤은 어둡고 슬프고 아프다. 하지만 밤과 밤 사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시인의 꿈과 소문, 목소리와 꽃들은 낯설고 새로운 몽환의 절경이 되어 어둠의 벽을 넘어서고 있다”고 평했다.

장석주 시인은 유재영 시조집 ‘느티나무 비명(碑銘)’(동학사)을 추천하면서 “근래 읽은 시집 중 가장 순도 높은 서정성을 보여줬다. 서정성이 시의 본래 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이 시집을 끼고 반나절쯤 빈둥거리며 읽고 싶다”고 했다. 신용목 시인은 전동균 시집 ‘우리처럼 낯선’(창비)을 꼽았다. “일상의 시선이 생활의 비루함을 어떻게 통과해 세계의 급소를 파헤치는지를 낮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건청 시인은 동물을 모티브로 한 시 60편을 묶은 오세영 시집 ‘바람의 아들들-동물시초’(현대시학)를 고르고는 “동물들이 지니는 다양한 특성 속에 시인 자신을 투사함으로써 인간과 인간사의 본질을 명징하게 밝히기도 하고 매서운 비평의 채찍으로 삶의 정도를 깨우쳐 준다”고 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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