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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이달에 만나는 詩]부조리와 모순없는 나라를 꿈꾸며

입력 2014-05-07 03:00업데이트 2014-05-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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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령, 프랑스령, 영국령…. 태평양에 떠 있는 섬들 이름 앞에 흔히 볼 수 있는 수식어다. 문명 전파의 사명감, 외침(外侵)으로부터의 보호, 무역이나 통상 확대 등 이런 수식어가 붙게 된 명분은 다채로웠지만, 그 실상은 제국주의 열강의 ‘땅 따먹기’ 경쟁의 결과였다. 사실 일평생 구경 한번 못해 본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름을 갖기 전에도 이들 섬사람들은 충분히 자유롭고 행복하지 않았던가.

이달에 만나는 시 5월 추천작은 이시영 시인(65·사진)의 ‘나라 없는 나라’다.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시인이 2년 만에 펴낸 열세 번째 시집 ‘호야네 말’(창비)에 실렸다. 추천위원에는 김요일 손택수 이건청 이원 장석주 시인이 참여했다.

이시영 시인은 “‘시 제목과 마지막 행에 쓰인 ‘나라 없는 나라’라는 모순된 시어에서 앞에 있는 ‘나라’는 역사적 실체로서의 근대 국민국가의 부조리와 모순, 폭력성을 상징한다”며 “이런 부조리와 모순이 없는 나라의 모습을 상상하며 쓴 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참사 전에 쓴 시지만 국가의 존재 의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번 참사로 새롭게 읽히는 시”라며 “시 속에서 묘사한 삶의 모습은 노자의 ‘무위(無爲)’ 사상에서 상상력을 빌려왔다”고 말했다.

추천위원인 손택수 시인은 “좋은 시인은 자기 안의 소년을 결코 잊지 않는다. 끝없이 잃어버린 소년에게로 귀환해 흐려진 눈을 씻고 세상을 들여다보는 힘을 되찾게 된다. 어떤 고배율 렌즈로도 접근할 수 없는 순간의 우주가 슬픔으로 연마한 눈물 렌즈를 통해 간신히, 지극하게 빛난다”고 말했다. 이원 시인은 “그냥 따뜻하지 않고 담백하게 따뜻하다. 간결하게 따뜻하다. 그러므로 순간에 가 닿은 시편들은 이내 사라지지 않고, 암흑에서 빛의 틈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도가 되어준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건청 시인은 정해영 시인의 첫 시집 ‘왼쪽이 쓸쓸하다’(지혜)를 추천했다. 이 시인은 “정해영의 시편에서 시적 대상에 대한 깊은 인식, 말의 선택과 배열을 통어하는 단단한 구조력을 만난다. 첫 시집이지만 상당한 내공이 돋보이는 시편들을 싣고 있다”고 평했다.

장석주 시인의 선택은 이영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차가운 사탕들’(문학과지성사)이었다. “대체로 이영주의 시들은 모호하다. 그 모호함은 삶과 죽음, 영원히 손에 붙잡히지 않는 현존을 둘러싼 모호함에 대한 시적 반응이다. 그의 시들은 모호함을 명료한 형태로 드러내는 특별한 재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요일 시인은 현직 신문기자인 정철훈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빛나는 단도’(문학동네)를 추천했다. 김 시인은 “‘시’라는 ‘빛나는 단도’를 통해 유린당하는 생 앞에서 쓸쓸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폐부를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정철훈의 시편들은 하 수상한 세월을 지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따스한 위로가 될 것이다”고 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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