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을 들며/문장옥]그 많은 소리 중 내가 좋아하는 소리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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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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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옥 수필가
문장옥 수필가
잠자리 날갯짓 같은 작은 소리에도 생명의 울림이 있음을 느낀다. 이제는 그런 작디작은 생명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싶다. 모든 사람의 말소리에는 생명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 소리에는 화자의 마음과 혼이 그대로 들어 있다. 잠귀가 열리듯 마음의 빗장을 벗어 버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말하는 사람을 대할지라도 넉넉함으로 손잡아주는 정인(情人)으로 살고 싶다. 숙고하여 듣고, 무언(無言)으로 상대를 헤아리며.

처녀시절, 한번 잠자리에 누우면 세상에 그 어떤 소리도 듣지도 못하고 곤하게 자는 나에게 식구들이 붙여준 별명은 ‘송장(시체)’이었다. 힘껏 흔들어 깨우지 않는 한 자다가 일어나는 법이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첫 아기가 태어나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잠자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였던 내가 아기가 우는 소리, 뒤척이는 소리에 민감해진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어미가 되면서 그동안 꽉 닫혀 있던 잠귀가 열린 것이다. 잠이 들면 소리에 둔감했던 내가, 뒤늦게나마 열린 잠귀로 ‘혹 자다가 아기에게 젖도 주지 않고 깔아뭉개면 어쩌나?’ 하고 우려하셨던 친정어머니의 걱정을 덜어 드린 셈이다.

지금도 잠을 깊이 자는 것은 여전하다. 그러나 어느 때 할 것 없이 남편이나 아이들이 들락거리는 소리는 너무나 잘 들린다. 심지어 그들의 잠꼬대 소리까지 들릴 때가 있다.

요즘 나는 가족들이 나간 후 집안 정리를 마치고 지쳐 쉬고 싶을 때 거실 소파에 홀로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망중한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이때는 나만의 공간에서 그 누구에게도 생각의 방해를 받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렇게 혼자만의 호젓함을 누리는 그 시간에 휴대전화 울림이 세상 속 소리의 세계로 이끌어내는 시작이다. 얼마 전 둘째 아들이 데리고 온 앵무새 부부도 나의 청각을 쉴 새 없이 자극하고 있다. “찌찌쫑 찌∼ 지지쫑∼.” 알 수 없이 지저귀는 새소리가 집 안을 채운다. 아무리 들어도 싫지 않은 소리다. 소리가 소리를 붙드는지 그 전에 잘 못 듣던 자동차 소음도 간간이 들려온다. 열린 창턱 너머 놀이에 심취해 질러대는 아이들의 환호성까지 덤으로 들린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소리가 있다. 천둥소리부터 모기소리까지. 소리는 들으려는 마음이 있을 때라야 들리지, 듣고자 하는 귀가 막혀 있으면 제 아무리 큰소리일지라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 많은 소리 중 내가 좋아하는 소리는 뭘까. 아무래도 가족이 행복을 표현하는 소리, 내가 만나는 이들의 진심 어린 칭찬의 소리, 자연의 소리, 아름다운 음악을 꼽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소리는 들을수록 듣기가 좋은 것 같다.

주변 사람에게 나의 소리는 어떠한 모양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일까. 꾀꼬리 같은 목청은 아닐지라도 가족과 나를 아는 이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느끼도록 하는 소리, 그들의 아픔을 토닥거리는 소리로 그들 마음에 각인되었으면 좋겠다. 또 내가 받은 사랑과 기쁨을 되돌려주는 메아리 같은 소리이고 싶다.

사람의 상처 중 가장 치유하기 힘든 상처는, 날카로운 칼로 찢긴 외부 상처보다 사람의 입에서 나온 난폭한 소리로 멍든 마음의 상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살아오면서 가족과 가까운 이웃들에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여과 없이 무모하게 내뱉은 말로 상처를 준 일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다.

문장옥 수필가
#찻잔을 들며#문장옥#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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