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인의 ‘구어메 투어’]<3> 프랑스 랭스 ‘라 파르크’ 레스토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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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의 땅 빛내는 미각의 궁전

훈제한 대구 위에 무슬린을 뿌린 전채요리(왼쪽)와 저온(60∼70도)으로 조리해 부드러운 육질을 살린 닭고기 메인 요리. 박홍인 씨 제공
훈제한 대구 위에 무슬린을 뿌린 전채요리(왼쪽)와 저온(60∼70도)으로 조리해 부드러운 육질을 살린 닭고기 메인 요리. 박홍인 씨 제공
샴페인은 프랑스에서도 샹파뉴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비슷한 스파클링 와인이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샴페인은 술의 종류를 일컫는 일반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로 지식재산권도 등록돼 있다.

샴페인의 땅, 샹파뉴. 그중에서도 랭스는 제법 이름 있는 샴페인 하우스들이 포진한 미식 도시이다. ‘라 파르크’는 랭스의 호텔 ‘레 크레예레’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이다.

이 호텔은 원래 폴리냑 가문의 사유 재산으로, 지하에는 큰 카브가 발달된 대저택이었으나 30년 전부터 부티크 호텔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라 파르크도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레스토랑은 입구부터 펼쳐진 7만 m²의 광활한 공원과 곳곳에 남아있는 프랑스 귀족 가문의 취향 덕분에 잠시 다른 시공간으로 여행을 온 듯 황홀한 느낌을 선사했다.

레스토랑의 내부는 화려한 샹들리에, 금장식의 촛대와 액자, 대리석 장식장, 넉넉한 기장의 테이블보, 여유 있는 테이블 간 거리, 높은 천장을 은은하게 채우는 조명 등으로 장식돼 있었다. 한눈에도 유명 식도락 레스토랑으로 손색이 없다.

이 흥미진진한 레스토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도 놀라움을 선사했다. 30명이 넘는 조리사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직접 채취하거나 정성스러운 손길로 다듬어놓은 식재료가 구석구석 빼곡했다.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필리프 밀레 셰프는 2009년 ‘보퀴즈 도르(현재 프랑스 최고의 셰프 중 한 사람인 폴 보퀴즈의 이름을 딴 요리대회. 유럽에선 요리계의 올림픽으로 비유될 만큼 권위가 높음)’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요리계의 유망주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가 주방을 총괄한 지 1년이 지난 올해, 레스토랑은 미슐랭 1스타를 획득했다.

메뉴는 매일 바뀐다. 필자가 찾던 날 그의 요리는 크림치즈에 망고 비네거(상큼한 맛의 드레싱)를 살짝 혼합한 롤과 토마토를 재료로 한 바삭한 미니 샌드위치 등 4가지의 아뮤즈부슈(식전 입맛을 돋우는 요리)로 시작했다. 이어지는 전채요리인 ‘사프란 감자를 곁들인 훈제 대구 무슬린’은 살살 녹는 맛으로 다시 한 번 입맛을 다듬어 줬다. 메인요리인 ‘버섯과 고기 스튜로 맛을 낸 닭고기’는 모든 이들의 칭찬을 받을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고기 맛을 느끼게 했다.

샹파뉴의 자랑 샴페인과 함께한 이곳의 식사는 황홀한 뒷맛으로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 지하 셀러에 400개가 넘는 샴페인이 보관되어 있다 하니 언제 한번 꼭 다시 와야겠다.

미식·여행매거진 바앤다이닝 편집이사 hiro@barndining.com

INFO
라 파르크(La Parc)

주소 64, Boulevard Henry Vasnier, 51100 Reims

문의 +33 (0)3 26 24 90 00 / www.lescrayer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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