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빛과 소금으로]<26>한국구세군 서울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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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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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배를 채워라” 사랑이 항상 보글보글 끓는 ‘하나님의 냄비’

190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립돼 한국 구세군의 장자(長子) 교회로 불리는 서울제일교회. 이곳은 서울 중구 덕수궁길에 있으며 문화선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190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립돼 한국 구세군의 장자(長子) 교회로 불리는 서울제일교회. 이곳은 서울 중구 덕수궁길에 있으며 문화선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서울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광화문 방향으로 내려오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교회가 나타난다. 교회 한쪽에는 ‘마음은 하나님께 손길은 이웃에게’라는 글귀가 보인다. 연말 자선냄비로 잘 알려진 한국구세군(救世軍)의 서울제일교회다. 한국구세군의 개척자인 영국인 로버트 허가드 사관(1861∼1935)은 1908년 11월 11일 옛 지명 ‘야조개’의 흥화경매소 건물을 인수하고 첫 영문(營門·교회)을 열었다. 지금의 서울 강북삼성병원과 새문안교회 사이의 자리다. 현재 모습과 비슷한 교회는 1915년에 세워졌고, 1982년에는 덕수궁길에 새로 건축됐다. 이런 사연 때문에 이 교회는 구세군의 장자(長子) 교회로 불린다. 》
지난해 11월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에서 열린 구세군서울제일교회의 희망음악회. 구세군서울제일교회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에서 열린 구세군서울제일교회의 희망음악회. 구세군서울제일교회 제공
구세군은 세상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군대라는 뜻이다. 구세군은 초기부터 재난과 기아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군대식 조직을 갖췄고, 세계 120여 개국에 군국 본영을 두고 있다. 한국 신자는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자선냄비로 상징되는 구세군의 이미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구세군을 자선단체로만 여기는 분이 적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이 교회의 신재국 담임사관(55)은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사회구제와 선교가 구세군의 양 날개”라면서도 “우리는 교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선냄비를 포함한 구세군의 사회구제 사업은 본영 차원에서 통일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서울제일교회는 지역 특성에 맞춰 ‘문화선교’에 집중하고 있다. 크게 교회에서 손님을 맞는 프로그램과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이 따뜻한 벽돌색 교회는 점심 무렵이면 광화문 일대 직장인을 위한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으로 바뀐다. 파라솔이 설치된 ‘혜나루’ 카페는 매일 100여 명이 찾고 있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에 열리는 수요예배에는 150명이 참석한다. 30분의 비교적 짧은 예배에 간단한 음식도 제공한다. 교회는 봄, 가을에는 부속건물인 구세군 중앙회관 앞마당에서 정오 음악회를 개최하고, 갤러리와 박물관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 교회의 개방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550석 규모의 예배당이다. 전기요금과 관리비 등 많지 않은 비용을 내면 이곳을 쉽게 빌릴 수 있다.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 신자들이 결혼식과 행사를 위해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보통 다른 교단의 교회는 신성함을 강조해 예배당을 성전(聖殿)으로 부르고, 외부인이 이용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구세군 교회는 달라요. 초기부터 빈민과 병자 등을 돕기 위해 교회를 개방해온 회관 또는 회당의 전통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이 교회가 운영하는 문화교실은 중국어와 기악교실, 드럼, 우쿨렐레, 쿠키와 초콜릿 교실, 펠트와 라인댄스 등의 강좌를 싼 비용에 운영해 호평을 받고 있다.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는 구세군의 대표적 상징 중 하나인 브라스밴드를 활용해 서울 청계천과 지하철 역사 등에서 ‘희망음악회’를 진행한다. 2008년부터 가족행복 만들기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충남 보령 출신인 신 사관은 부부가 함께 활동하는 구세군 규정에 따라 부인(조화순 사관·54)과 결혼한 뒤 1981년 구세군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어릴 때부터 고향의 구세군 교회에 다녔고 사관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어린 눈에도 구세군은 좋은 일만 했고, 제복도 멋있었어요. 구세군에 푹 빠져 개신교에 다른 교단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으니까요.(웃음)”

그는 최근 한국 교회가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외면당하는 원인을 소통의 부재에서 찾았다.

“요즘 목회자들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세요. 농담처럼 하는 말인데 권세 있는 자들과 같은 목사들끼리 주로 만난다는 겁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제대로 알 수 없죠.”

이 교회는 입구가 따로 있어 부담 없이 출입할 수 있는 작은 기도실 세 곳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소금은 3%의 적은 양으로 바닷물을 짜게 만듭니다. 누구든지 이곳에서 기도하고, 다시 일어나 빛과 소금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신재국 사관의 ‘내가 배우고 싶은 목회자’ 이성덕 은퇴사관 ▼


한국구세군 사령관을 지낸 이성덕 은퇴 사관 (왼쪽)과 구세군서울제일교회 신재국 사관. 구세군서울제일교회 제공
한국구세군 사령관을 지낸 이성덕 은퇴 사관 (왼쪽)과 구세군서울제일교회 신재국 사관. 구세군서울제일교회 제공
교회를 섬기는 사람으로서 얻는 행복의 하나는 “저분은 목회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훌륭하다”고 여겨질 만큼 삶과 믿음의 귀감이 되는 평신도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옆에만 있어도 마음이 든든하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며 배우고 싶은 은퇴 사관들이 계시다는 것이다. 그중 한 분이 한국 구세군 사령관을 지낸 뒤 지금은 은퇴해 우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이성덕 은퇴 사관(77)이다. 그분은 지금도 나를 따뜻한 마음으로 지지해 주고, 항상 용기와 격려로 세워준다. 특히 그분의 일보다도 사람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 그는 항상 일보다는 사람이 먼저이고, 일 때문에 사람이 행복하며, 일 때문에 사람이 상처받지 않도록 하자고 강조해 왔다. 그의 ‘사람 살리는 목회’는 내가 평생을 두고 배워야 할 삶의 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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