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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O2/안지훈의 빈티지 특강]귀한 그릇이 깨지면 그 가치도 사라지나

입력 2011-07-02 03:00업데이트 2011-08-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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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다구수리연구소에서 깨진 다구를 수리하는 모습.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토요일 아침,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거실 테이블을 옮긴다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테이블 위 물건들만 생각했을 뿐 테이블 아래에도 작은 선반이 하나 붙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힘차게 들어 올렸다. 순간 마침 그 위에 있던 접시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참 좋아했던 접시는 그렇게 산산조각이 났다. 깨진 접시는 독특한 컬러와 아름다운 그림 때문에 내가 무척 아끼던 것이었다. 1897년 스웨덴 뢰르스트란드에서 생산된 스발라라는 이름을 가진 제품. 블랙과 그린의 중간 채도를 가진 고급스러운 컬러의 패턴이 특히 아름다운 스톤웨어(높은 온도에서 굽는 경질 도자기) 제품이었다. 블루프린팅(靑畵·청화) 패턴이 주를 이루던 당시 생산된, 희귀한 색감을 가진 모델이었다. 그 수량이 많지 않아 수집가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높은 것이다.

부주의했던 자신을 잠시 질책했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이었다.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우선 너무 작은 조각들은 청소기로 치웠다. 그리고 스무 개 남짓 되는 비교적 큰 조각들을 조심스럽게 맞춰 보기로 했다.

물론 이렇게 조각조각 깨져 버린 접시는 어떤 측면에서는 이전의 가치를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조각들을 잘 모아서 원형대로 복원해주는 것이 1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 온 접시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그냥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버릴 순 없었다.

○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복원법

그 덕분에 그동안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써보지 못했던 그릇 복원법을 실행해 볼 기회가 생겼다. 재료는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다. 깨진 그릇 조각들과 무독성 천연수지 접착제(‘무독성 목공 본드’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된다), 스카치테이프, 물티슈 정도가 필요하다.

①우선 상대적으로 큰 조각들에 작은 조각들을 붙여준다. 천연수지 접착제는 바로 굳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간접착제보다 더 그릇 복원에 적합하다. 접착제를 바른 후에도 그릇 조각들을 움직여 제대로 위치를 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천연수지 접착제는 마른 후에 불필요한 광택이나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순간접착제는 그릇 표면에 조금만 흘러도 아주 보기 흉한 광택을 남긴다. 그릇 조각을 붙인 후 틈으로 흘러나오는 접착제는 물티슈로 가볍게 닦아 없애면 된다.

②중요한 것은 한 번에 한 조각씩만 붙이는 것이다. 동시에 모든 조각을 다 붙이려고 하면 작업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따라서 한 조각을 붙이고 그것이 마르면 다른 것을 붙이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아울러 완전한 평면이 아닌 조각을 붙일 때는 접착한 부분을 스카치테이프로 고정해 주는 게 좋다. 접착제가 마르는 동안 틈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③접착 작업을 완료한 접시를 반나절 동안 말려 복원을 끝냈다. 다시 붙여두고 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 식기로 쓰려면 보다 전문적인 방법 필요

필자가 직접 접착제로 수리한 뢰르스트란드 접시(왼쪽)와 일본 전통기법으로 수리한 도자기.
나는 위에서 설명한 방법으로 수리한 그릇을 실생활에서 그대로 사용한다. 무독성 접착제를 썼고, 다행히도 내가 사용한 접착제는 방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천연수지 접착제는 수용성이라 그릇이 설거지 과정에서 다시 깨질 수 있다. 접착제가 음식이나 차의 뜨거운 열에 견디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그릇 소유자 자신이 접착제로 붙인 그릇을 식기로 쓰는 걸 찜찜해할 수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약간 복잡하고 돈이 들기는 하지만 전문적인 수리법을 권한다.

일본의 전통 도자기 수리법은 식기와 찻잔에 오랫동안 쓰여 온 안전한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옻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개어 접착제로 사용하고, 옻 위에 금분(金粉)이나 금박(金箔) 또는 은분(銀粉)이나 은박(銀箔)을 바른다. 일본인들은 이 방법을 예술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 서로 다른 가마에서 나온 도자기 파편을 붙이는 사례까지 있다. 옻은 테레핀유에 녹여 쓰면 된다. 금분은 면봉에 묻혀 접착 부위에 두드리면 잘 붙는다. 그러나 이 방법은 옻을 다루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게 단점이다. 특히 옻을 말리기 위해서는 25도의 실내온도와 60∼80%의 습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옻칠을 하는 사람들은 별도의 건조장을 마련해 작업한다.(도움말=도예가 박순관 씨)

이런 작업이 부담된다면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는 것도 좋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즈미다장(zumitea.tistory.com) 안에 있는 김경환다구수리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수리법으로 찻잔 등 다구를 수리해 준다. 이 연구소에서는 깨지거나 떨어져 나간 부분에 도자기의 태토와 비슷한 물질을 반죽해 메우고, 그 위에 유약과 금분을 섞어 붓으로 발라준다. 유약이 마르면 재질에 따라 180∼450도의 가마에서 구워낸다.

○ 금전 이외의 가치에도 눈길 돌려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깨진 그릇을 싫어한다. 손상된 부분을 수리한다고 해도 그릇의 가치가 원래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금전적 가치’에 국한한 것이다. 가치에는 금전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종류의 것들이 있다. 물건의 가치는 그것에 깃든 사연이나 인연, 개인적인 기억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30년 된 아버지의 트렌치코트를 예로 들어 보자. 객관적 가치는 10만 원도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애틋하게 그를 기억하는 자식에게는 수천만 원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런 가치는 물건이 수리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접시를 사서 귀국하던 때의 흥분을 잊지 못한다. 혹시 깨지진 않을까 애지중지 포장을 해서 가방에 넣었었다. 한편으론 잘 보관해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도 있다. 하지만 어설픈 솜씨나마 접시를 복원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곁에 두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결국 물건의 가치는 소유한 이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디자인 마케터 helsinki@plus-ex.com  
■ Tip 미세한 금이 간 그릇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래된 그릇이나 찻잔에는 세월 때문에 미세한 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작은 금이 생겼다고 해서 찻잔이 쉽게 깨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잔으로 커피나 홍차를 마시면 금 사이로 차가 스며들어 자국이 남으니 보기에 썩 좋지는 않다.

자꾸만 신경 쓰이는 미세한 금을 없애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냄비에 우유를 붓고, 그 안에 접시나 찻잔을 넣어 보자. 5분 정도 끓이면 완벽하진 않지만 실금이 많이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우유의 단백질 성분이 접시의 실금에 스며들어가 응고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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