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이 사람이 사는법]인사가 만사… 누구든 보면 넙죽, 힘들 때 결국 웃었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골프의류-용품업체 데니스코리아 박노준 대표

“촬영 덕분에 이렇게 바람 한번 쐬네요.” 박노준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그의 회사 근처 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촬영 내내 그는 “순간순간 감사하단 마음을 가지면 스트레스 제로(0)”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촬영 덕분에 이렇게 바람 한번 쐬네요.” 박노준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그의 회사 근처 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촬영 내내 그는 “순간순간 감사하단 마음을 가지면 스트레스 제로(0)”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방에서 잠을 자다가도 인기척이 있으면 벌떡 일어났다. 어른이 보이면 바로 거실로 나갔다. 그러고선 두 손을 정성스럽게 모아 절을 드렸다. 상대방이 누군지는 상관없었다. 그냥 당연히 그렇게 했다. 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마찬가지. 일단 어른을 보면 달려가 넙죽 절부터 했다.

○ 인사는 자신을 높이는 행동


순전히 아버지 때문이었다. 어른을 보고 절을 하지 않으면 아버지는 정신이 번쩍 들 만큼 혼을 냈다. 한 번은 고교 시절 학교에서 학부모에 대한 조사를 했다. 아버지 종교를 묻는 질문에 그는 ‘유교’라고 썼다. 아버지에 대한 답답함과 불만을 그렇게 소심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바로 지워버렸다. 그는 그만큼 엄한 아버지를 어려워했다.

아버지는 항상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곤 했다. “인사를 공손하게 하는 건 상대방은 물론이고 너를 높이는 행동이다.” 그땐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혼자 유별나게 행동하는 것 같아 창피한 마음만 들었다.

대학 시절 그는 공부에 그리 열정적이지 않았다. 사실 강의를 듣는 것보다 사람 만나는 게 더 좋았다. 좋아하는 친구가 강의가 있다고 하면 그냥 그 강의를 함께 들었다. 그렇게 해서 들은 강의가 전공 수업보다 많을 정도였다.

그는 누군가에게 끌리면 먼저 다가갔다.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가 보고 싶을 땐 미루지 않고, 바로 전화해 안부를 물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주 만났다. 그렇게 하다보니 외우게 된 친구 집 전화번호만 200개가 넘었다. 또 많은 친구를 사귀다보니 일찌감치 한 가지 진리를 몸으로 터득했다. ‘진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가면 싫어할 사람이 없구나.’

1991년 그는 한 의류회사의 골프사업부에 들어갔다. 첫 출근 날. 사람을 만날 때마다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먼저 다가가 상대방의 마음을 열었다. 그런 모습은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직장 선배는 물론 동료, 후배, 경비원들에게까지 똑같이 인사했고, 진심을 가지고 대했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밴 행동이었기에, 그리고 그냥 사람이 좋았기에 그렇게 했다.

2000년 1월 그는 직장을 그만뒀다. ‘내 사업’을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당시 가진 거라곤 약 10년의 직장생활 경력과 “앉은뱅이가 일어날 때 그냥은 못 일어나니 지팡이라고 생각하라”면서 어머니가 은행 예금을 털어 내준 종잣돈 3000만 원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의 손길이 봇물 터지듯 밀려왔다. 자기 매장에 납품을 하라는 지인들이 줄을 이었다.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에선 몇 년 전 알고 지냈던 한 은행 지점장이 자신의 부인 명의의 적금을 담보로 선뜻 큰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 진심을 전달하면 통한다

골프의류·용품 업체인 ‘데니스코리아’ 박노준 대표(45) 얘기다. 직장을 그만둔 지 3개월 만인 2000년 3월 골프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 업체인 ‘포시즌’을 세운 그는 2003년 데니스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금은 연매출 250억 원을 바라볼 만큼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그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고비 때마다 그에게 도움이 된 인맥. 인맥 관리의 비결을 물었더니 특유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회사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하루에 5번 만나도 매번 꾸벅 인사하거든요. 인사만 열심히 해도 50점은 먹고 들어가요.” 워낙 털털한 성격인지라 웬만하면 얼굴을 붉히지 않는 그도 직원들이 인사를 하지 않을 때면 따끔하게 타이른단다.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상과 컬러가 결정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 인상과 컬러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죠.”

박 대표의 인맥 관리 노하우엔 말솜씨도 들어있다. 이때 말솜씨는 단순히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게 아니다. 그는 대화의 3대 원칙을 강조했다. “첫 번째는 진심을 전달하는 겁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포장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야죠. 두 번째는 중도를 지키는 건데 억양, 제스처, 단어 선택, 목소리 등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제어하는 겁니다. 마지막은 간단합니다. 호소력과 자신감이죠.”

사람을 중시하기에 그는 직원들과의 소통도 항상 염두에 둔다. 남자 직원들과는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함께 사우나를 찾는다. 사우나에선 일을 제외한 어떤 얘기든 해도 된다.

가끔씩은 직원들을 데리고 점심 때 훌쩍 사무실을 떠나기도 한다. 밥을 먹을 때도 있고,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을 보기도 한다. 낮술을 마실 때도 있다. “반나절 정도는 회사 문을 닫아도 지장 없거든요. 가끔 사장이랑 술 한잔 하고 일 제치면 얼마나 재밌어요. 중심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때때로의 일탈은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입니다.”

그는 직원들의 휴가를 직접 챙긴다.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해 외국인 어학강사를 회사로 초빙하거나 한 달에 한 번 골프 치는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 “인간관계의 기본은 성의입니다. 인사를 강조했던 아버지의 원칙도 그 근본에는 상대방에 대한 성의가 있다는 걸 나이가 들면서 깨달았죠. 저는 직원들에게 그런 성의를 표현하는 겁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 사람이 사는법#인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