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야구 축구 경기에서 내 일처럼 응원하는 건 승리가 제공하는 심리적 보상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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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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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야구 시즌인 요즘 야구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다. 런던 올림픽 때는 새벽까지 TV 앞에서 마음 졸여 가며 응원을 하곤 했다. 선수들의 승리는 나의 승리가 아니며 그들의 승리로 인해 내가 얻는 것도 사실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그들을 응원하나.(ID: iamc**)》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경기를 보느라 수많은 축구팬이 쏟아지는 잠과 치열한 승부를 펼쳐야 했다. 냉정히 말해서 올림픽 축구팀이 승리한다고 해서 우리가 얻는 것은 없다. 동메달과 포상금, 그리고 군 입대 면제라는 혜택 중 새벽에 TV 앞에서 열심히 응원한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사실 잃어버리는 게 더 많다. 중계를 보고 응원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는 만만치 않다. 새벽에 중계를 시청하기 위해 잠을 설쳐야 하고,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왜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승리를 기원하는 일에 소모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응원하는 대상의 승리가 우리에게 심리적인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이긴 것은 선수들이고 동메달을 딴 것도 선수들인데, 그들의 승리가 우리의 자부심과 자존감을 증가시킨다.

사회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따르면 한 개인의 정체성은 그가 어떤 집단의 구성원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 자기(self)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가족, 국가, 출신학교, 심지어 자신이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나 친목모임도 ‘나’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특히 자신이 속한 집단과 자신을 하나로 동일시하는 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집단의 일을 자신의 일로 여긴다. 따라서 평생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대표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마치 자신이 메달을 딴 것 같은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반대로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되면 마치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분노하게 된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승리는 내분비계의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기에서 이기면 선수들뿐만 아니라 응원하는 팬들의 혈액에서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급격히 높아진다. 테스토스테론은 지배력, 자신감,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이다. 자신감을 충만하게 하고 기분을 고양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즉 활력을 되찾게 하는 일종의 보약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해준 선수들은 어쩌면 우리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보약을 몇 첩씩 선물한 것이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질문은 e메일(savoring@donga.com)이나 우편(110-715 서울 종로구 세종로 139 동아일보 문화부 ‘지성이 답한다’ 담당자 앞)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스포츠 경기#심리적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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