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핫 피플]프랑스 오픈 우승자 리나와 마이클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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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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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체격으로 테니스 창의성 키우는 법은

‘동양인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없다.’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등 세계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동양인은 절대로 우승할 수 없다”는 말은 국제 테니스계에서 정설로 통했다. “체격 조건이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1989년 프랑스오픈에서 중국계 미국인 마이클 창(39)이 우승하면서 이 같은 속설은 보기 좋게 깨졌다. 창이 ‘예외적으로 체격조건이 우수한 동양인’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175cm의 단신인 창은 자신의 신체적 약점을 명석한 두뇌와 근성으로 극복해 180∼190cm에 달하는 장신 선수들로부터 승리를 따냈다. 특히 4회전 이반 렌들(51)과의 경기에서는 다리에 쥐가 난 상황에서 이른바 ‘아리랑 볼’을 띄우며 경기 중 쉬는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네트를 살짝 넘기는 드롭샷 서브로 에이스를 따내고 렌들의 서브 때는 베이스 라인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거의 코트 가운데 지점에 서서 관중과 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창의 변칙 플레이에 냉정하기로 유명한 렌들이 자제심을 잃었고 결국 창은 경기에서 승리한 뒤 나머지 경기에서도 모두 이겨 우승컵까지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그 뒤로 메이저 대회에서 동양인 우승자는 나오지 않았다. 신체조건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창이 증명했는데도 동양인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문화의 차이’를 꼽는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동양 문화에서는 훌륭한 테니스 선수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엄청난 창의력이 필요한 테니스의 특성상 플레이어들의 개성이 존중돼야 하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 문화에서 코치나 감독의 명령에 따라 경기를 이끌어가는 선수는 창의적인 선수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6일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첫 동양인으로 기록된 중국의 리나(29) 역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할 수 없는 대표팀과 마찰을 빚은 끝에 개인 훈련을 선택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유망주인 리나의 대표팀 탈퇴 후 중국 정부는 제도를 고쳐 대표 선수도 개인 코치를 둘 수 있게 했으며 우승 상금에 대한 세금도 65%에서 8∼12%로 낮췄다.

골프, 피겨스케이팅, 수영 등 거의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선수를 보유한 한국이지만 유독 테니스에서만 메이저 대회 우승자가 아직 없다. 누구든 우승만 하면 골프의 박세리, 피겨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처럼 ‘테니스의 ○○○’으로 기억될 수 있는 불모지라는 뜻도 된다. 화려하게 머리를 염색하고, 판정에 불만 있으면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때로는 라켓도 집어 던지며 메이저 우승을 따내는 개성 만점의 ‘한국인 최초’를 기다린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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