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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O2/핫 피플]우승 집념에 불타는 퍼거슨… 집으로 갈 준비하는 잭슨

입력 2011-05-14 03:00업데이트 2011-05-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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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잭슨(왼쪽)과 알렉스 퍼거슨(오른쪽)필 잭슨(왼쪽)과 알렉스 퍼거슨(오른쪽)
9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홈구장 올드트래퍼드. 첼시와의 라이벌전이 끝나기도 전에 카메라는 이미 그의 얼굴을 비췄다. 2-1로 승리를 확정한 순간 현지 중계진은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현대 축구에서 그 이름만으로 팀을 상징할 수 있는 감독이 있을까. 내가 알기론 오직 한 사람, 알렉스 퍼거슨(70)밖에 없다.”

같은 날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홈구장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 경기가 끝날 무렵 카메라 렌즈가 가장 오래 따라다닌 사람은 LA 레이커스의 필 잭슨 감독(66)이었다. 그의 넓은 어깨는 이날따라 유독 좁아 보였다. 붉게 상기된 얼굴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허탈한 표정이 담겼다. 현지 방송 해설자는 이렇게 전했다. “‘잭슨 왕조’는 이제 작별을 고했다. 굿바이, 필 잭슨.”

퍼거슨과 잭슨. 두 ‘명장(名將)’의 명암이 같은 날 갈렸다. 퍼거슨은 9일 첼시전 승리로 리그 우승을 예약한 반면 3시즌 연속 우승을 노리던 잭슨은 서부 콘퍼런스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6-122로 대패해 4전 전패로 짐을 쌌다. 12일 그는 결국 “(감독으로) 돌아올 계획이 없다”며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희비가 엇갈린 두 거장(巨匠)을 몇 가지 키워드로 조명해 본다.

○ 업적

1986년 맨유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퍼거슨은 25년 동안 무려 35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99년엔 왕실로부터 기사(騎士) 작위까지 받았다. 올 시즌 리그 우승을 추가하면 리버풀(18회)을 끌어내리고 정규리그 통산 최다인 19회 우승을 팀에 안기게 된다.





1989년부터 시카고 불스를 이끈 잭슨은 시카고에서 6차례, 레이커스에서 5차례 챔피언에 오르며 역대 사령탑 최다인 11회 우승을 기록했다. NBA 통산 역대 최단 기간 1000승의 주인공도 잭슨. 정규리그 통산 승률은 70%가 넘고, 플레이오프 승률도 68.8%에 이른다.

○ 혜안

맨유의 베테랑 라이언 긱스(38)는 이렇게 말했다. “퍼거슨 감독과 함께 있다 보면 내 자신이 발가벗겨진 기분이 든다.” 한 현지 매체는 “퍼거슨의 능력을 200%로 만들어 주는 요소는 바로 상대 심리를 꿰뚫어보는 감각”이라고 했다. 맨유의 ‘대형엔진’ 박지성(30) 역시 “퍼거슨 감독은 교묘한 심리전으로 상대는 물론이고 맨유 선수들까지 들었다 놓는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종교와 심리학, 철학을 전공한 잭슨도 심리전의 대가다. 평소엔 과묵하지만 선수들과는 대화를 즐기며 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것으로 유명했다. 악동 데니스 로드먼(50·은퇴)도 그 앞에선 순한 양이 됐었다. 잭슨은 경기 동영상 중간에 영화 장면들을 삽입해 선수들에게 보여 주곤 했다. 영화를 통해 선수들의 머리가 아닌 가슴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한 현지 신문은 “잭슨은 ‘선(禪)’과 같은 동양사상에 심취해 ‘젠(선의 일본식 발음) 마스터’로 불린다. 이것이 그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 애제자

둘 다 20년 넘게 정상의 자리에 있었던 만큼 기억에 남는 제자가 많다. 퍼거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역시 데이비드 베컴(36·LA 갤럭시). 사실 베컴과 관련해선 애증이 교차한다. 퍼거슨은 베컴을 직접 발굴했지만 눈 밖에 나자 한순간에 그를 내쳤다. 베컴은 이런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퍼거슨 감독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그는 내가 만나본 최고의 지도자다.”

잭슨과 관련해선 마이클 조든(48·은퇴)과 코비 브라이언트(33·레이커스)를 빼놓을 수 없다. 조든은 시카고 왕조에서 우승 반지를 선물했고, 브라이언트는 잭슨과 레이커스에서 화려한 시절을 함께했다. 잭슨은 둘 가운데 누구를 더 높게 평가할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전체적인 실력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하지만 조든은 야투 성공률이 50%를 넘었다. 특히 승부처에서 조든은 신과 같았다.”

○ 독설

평소엔 인자한 이미지에 유머가 넘치는 두 사람이지만 승부가 걸려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퍼거슨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독설가. 언변에 거침없기로 유명한 조제 무리뉴 감독(레알 마드리드)조차 “퍼거슨의 독설을 따라가려면 아직 10년은 더 수련을 쌓아야 한다”고 할 정도다. 퍼거슨의 독설은 상대 감독이나 심판에게만 향해 있진 않다. 선수들에게도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강도 높은 말을 퍼붓는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헤어드라이어’다. 퍼거슨은 상대방의 눈을 노려보며 크게 고함을 치는데, 이때 거센 콧바람과 입김에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고 한다. 한 번은 퍼거슨이 발로 걷어찬 축구화가 베컴의 얼굴을 강타해 왼쪽 눈두덩이 찢어지기도 했다.

독설이라면 잭슨도 못지않다. 경기와 관련해 지금껏 퍼부은 말 때문에 그가 낸 벌금만 수억 원이다.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를 9일 경기에서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3만5000달러(약 3800만 원)의 벌금을 냈다. 언제나 거침없이 쓴소리를 퍼붓는 그를 두고 한때 NBA 사무국이 조직적으로 그를 추방하려 한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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